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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쁜 '검찰 복사집'…이재명도 애먹은 열람·등사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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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검찰청 복사기 60개 임대했는데 재판 지연은 숙명?
국민적 관심 재판은 주4회 열기도…제때 열람·등사는 '미션 임파서블'
피고인 방어권의 핵심…기록 등사 전 공판 진행 어려워
검찰 제출한 복사기 임대 예산은 4년째 제자리걸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
"법에서 정해놓은 절차가 있으니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그 법이 검사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열람·등사하게 해주면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찰이 피고인 측에) 불리하게 야간에 등사하게 하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판준비기일 중 변호인 측의 항변이다.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기소 시 제출한 서류와 관련 수사 기록 등을 복사할 수 있게 했으니, 가능한 빨리 '통상적인 근무시간'에 복사하게 해 달라는 뜻이다. 한편 검사에게도 국가안보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있어 법정에서 양측이 이 과정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양측이 열람·등사의 범위를 놓고 어렵사리 합의하더라도 곧바로 원활한 공판이 이뤄지지 않는다. 피고인 측에서 직접 증거기록을 복사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야간에 등사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이 대표 측의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검찰 내 복사 센터의 일정이 빠듯한 데서 나온 하소연인 것.  

검찰의 수사기록을 변호인이 검토해야 검찰 측 증인신문을 대비할 수 있으니, 열람·등사는 피고인 방어권의 핵심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기록도 보지 않고 방어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검찰 기록의 열람·등사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판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열람·등사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재판이 지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사법농단 공판의 경우 한때 주 4회 공판 일정이 잡혔지만 20만쪽이 넘는 방대한 재판 기록을 열람·등사하느라 일정을 맞추지 못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연루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경우 공판준비기일만 6번 진행되면서 1년반 만에 가까스로 공판이 개시됐는데 이 역시 열람·등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탓이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도 마찬가지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검찰 수사기록을 전혀 열람·등사하지 못했다"며 공소사실 인정여부조차 미뤘고, 이에 재판부도 "수사기록 열람이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이같은 재판 지연에는 전국 검찰청에 설치된 복사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2023년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29개 검찰청 민원실에 고속스캔복사기 60대를 2019년부터 5년간 임대 형태로 배치했다. 이에 따른 리스 비용은 5년 동안 총 31억6844만원(매년 6억3677만원)이다. 그동안 검찰은 복사기 임대 비용에 매년 8억5천만원을 편성했다. 남은 금액은 다른 사업에 활용했다고 한다. 2023년 예산안에는 1억5천만원이 깎인 7억원이 편성된 상태다. 열람·등사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 때문에 공판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 법원 내에서는 "재판 일정이 검찰 복사집 일정에 좌우된다"는 하소연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복사기를 추가 배치하는 등의 조치는 지난 4년 동안 이뤄지지 않았고 남은 금액이 다른 사업에 전용된 셈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관련 예산을 무조건 늘릴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2021년 10월 형사사건에도 전자소송을 도입하는 법(형사사법절차에서의 전자문서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면서다. 2024년부터는 형사 소송도 전자문서 형태로 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 이후부터는 지금만큼 복사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전자소송이 도입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등은 전자문서화 되면 사본을 복사할 필요가 없어지지만, 검찰의 압수수색에 따라 확보되는 자료들을 열람·등사하기 위한 복사기는 여전히 필요하다. 특히 검찰이 법정에 증거기록으로 제출하지는 않지만 압수수색한 자료들도 상당한데 이 기록물 역시 열람·등사 대상이다.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별건 수사기록도 대상에 포함됐다. 전자소송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열람·등사에 따른 재판 일정 지연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한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전자소송이 도입된다고 해도 실제 시행되는 것은 이르면 2024년 말인데, 그 기간 동안 아무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만 2년 동안 지금처럼 일정을 연기하면서 재판을 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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