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핵전력의 한미 공동 기획 연습' 발언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인한 듯한 언급을 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단순 해프닝이라며 그냥 넘기자는 분위기도 있지만, 아무 일 없었던 듯 덮고 지나가기에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대통령의 말
대통령실 제공
논란의 시작은 윤 대통령의 말이었다.
그는 2일자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어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다. 과거 핵우산(확장억제)으로는 우리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로이터 기자는 윤 대통령의 이 언급을 받아서 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s)을 논의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바이든 대통령이 단칼에 "노(No)"라고 부인한 것이다.
연합뉴스백악관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노(No)"의 의미를 묻는 말에 "우리는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는 게 아니다"고 재차 못박았다.
우리 정부 쪽에서는 윤 대통령이 말한 '핵 공동연습'은 작년 11월 한미안보협의회의에서 합의된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 도상연습(TTX)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는 항목을 재차 언급한 것일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이 설명이 맞다면 조선일보가 바보짓을 한 셈이다.
작년 11월 한미 양국간 합의 내용을 새해 첫 신문 1면 톱뉴스 제목으로 뽑은 셈이기 때문이다.
외신기자들도 바보짓을 했다.
새해 들어 처음 만난 미국 대통령에게 던진 3개의 질문 가운데 하나로 작년 11월 한미가 합의한 내용을 뽑은 셈이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 정원에서 기자단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조선일보도 로이터도 윤 대통령의 말을 취지와 맥락에 따라 제목을 뽑고 질문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한미가 핵전력 운용을 공동으로 계획·연습·훈련·작전을 한다면 그 것이 핵공유 못지않은 실효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핵 공동 연습'이 결국 핵공유와 비견할 정도의 핵 대응이라는 뜻이 분명함에도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히려 로이터 기자의 질문을 타박했다.
바이든의 의도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 연합뉴스바이든 대통령의 '노(No)' 대답과 김은혜 홍보수석의 해명을 외신들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단순 해프닝으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한미 핵전력 공동 운용은 핵 공유 못지않은 실효적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 부분에 주목했다.
VOA는 이와 관련된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2일(현지시간) 조명했다.
이 매체는 "보수 성향의 윤 대통령은 2021년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하거나, 한국 군이 미국의 핵무기를 전개하는 훈련을 받는 나토식 협정에 가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러나 미국 국무부가 재빨리 그 생각을 저격(shot down)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이후 그 생각에 더 조용해졌다"며 "대신 그는 핵폭격기 같은 전략 자산 증강을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미국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안킷 판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 선임 연구원도 VAO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한국을 핵 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위기 때 핵무기 사용 여부는 궁극적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는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지구촌의 다른 나라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커트 캠벨 백악관 조정관은 지난달 한 공개 포럼에서 "미국의 핵우산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중국의 핵발전을 포함해 여러 요인들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 참에 윤 대통령의 인식에 쐐기를 박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한 바이든 대통령의 "노(No)"라는 대답을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즉각 올린 것도 같은 의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