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횟집 사장' 부른 이은해, '정신과 의사' 부른 검찰…2심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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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 황진환 기자'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 황진환 기자
보험금을 노리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의 2심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여느 항소심처럼 이은해는 무기징역에서 형량을 낮추는데 초점을 맞췄고, 검찰은 형량을 높이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재판이 주목받는 점은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을 인정할지 때문입니다.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가스라이팅에 의한 '작위 살인'을 증명할 계획이고, 이에 맞서 이은해는 적절한 구조행위가 있었다며 '부작위 살인'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으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법정B컷'은 공판 준비 기일에서부터 양측이 충돌한 이은해 2심 재판의 장면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검찰 "가스라이팅 작위 살인" vs 이은해 "부작위 살인도 아니야"


연합뉴스연합뉴스
많은 사람을 충격에 빠트렸던 이른바 '계곡 살인' 이은해에 대한 2심 재판이 지난달 14일 시작됐습니다. 이은해가 인천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 결과(무기징역)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은 서울고법에서 열리게 됐습니다. 대중적 분노를 일으킨 사건인 만큼 2심 재판부는 재판 시작에 앞서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22.12.14 서울고법 형사 6-1부 이은해·조현수 살인 혐의 공판中
재판부 "피고인들 오기 전에, 재판 시작 전에 당부 말씀드립니다. 진행 도중에 방청석에서 욕설을 하거나, 아유하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재판 진행에 방해되는 일체 행위를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한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습니다"

재판장의 당부가 끝나자 도톰한 녹색 수의와 투명 뿔테 안경, 분홍색 신발을 착용한 이은해가 법정에 들어섰습니다. 함께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수(31)도 같이 입정했습니다.

그리고 곧장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시작됐습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을 인정받겠다며 항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22.12.14 서울고법 형사 6-1부 이은해·조현수 살인 혐의 공판中
검사 "사실 오인, 법리 오해,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 범죄사실이 전체적으로 유죄 취지의 판결이 선고됐지만 2019년 6월 30일, 피해자가 실제로 물에 뛰어들었고 피해자가 사망했습니다. 작위에 의한 살인죄라는 취지로 주장합니다. 이 부분 원심 판단은 사실 오인과 법리 오해라는 취지입니다"

"조현수 피고인도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합니다"

이은해가 피해자를 가스라이팅, 즉 심리적 지배 상태에 둔 상태였고 피해자를 물에 들어가게 해 숨지게 한 것은 작위에 의한 살인이라는 것이 검찰의 주장입니다. 간접 살인인 부작위 살인이 아닌, 직접 살인인 작위 살인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자신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가할 만한 이은해의 요구까지 순응해 이를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는 정도로 심리적 지배 및 통제 상태에 이르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봤습니다. 또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피해자가 수영을 하지 못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큰 상태이긴 했어도 '물속으로 뛰어내리게 한 행위' 자체 만으로 곧바로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이 실현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가스라이팅에 의한 작위 살인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2.12.14 서울고법 형사 6-1부 이은해·조현수 살인 혐의 공판中
검사 "원심에서 작위에 의한 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근거 중 하나가 '피해자가 이은해 피고인으로부터 심리 지배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다만 원심에서 검찰이 제출한 이수정 교수 감정서에는 피고인이 심리 지배에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를 배척한 원심 판단에는 심리가 미진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에 심리학 또는 정신건강 관련 전문가 통해서 피해자의 심리 여부에 대한 재차 판단을 구합니다" 

부작위 살인이 아닌 작위 살인이라고 주장한 검찰에 맞서 이은해 측은 1심 재판부가 부작위 살인을 인정한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작위 살인은 물론 적절한 구조 행위를 했기에 부작위 살인도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22.12.14 서울고법 형사 6-1부 이은해·조현수 살인 혐의 공판中
이은해 측 변호인 "이은해와 조현수는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고 살해 부분을 텔레그램이나 진술 만으로 사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또 계곡 살인도 이은해와 조현수의 적절한 구조 행위가 있었기에 항소합니다"

재판부 "살인미수, 살인, 보험사기 미수 전부 항소하고 양형부당도 기재했는데, 양형부당도 다 주장하는 건가요?"

이은해 측 변호인 "네 맞습니다"

이은해 "횟집 사장 불러 달라"에… 검찰 "3년 전 일을…"



항소 이유를 밝힌 검찰과 이은해 측은 증인 신문 등을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가스라이팅 상태였음을 증명하려는 검찰은 정신 심리학 전문가들의 감정을 요청했습니다.

22.12.14 서울고법 형사 6-1부 이은해·조현수 살인 혐의 공판中
재판부 "그러면 법원에서 정신과 의사를 선정하면 될까요?"

검찰 "정신과 내지는 심리 의학과 관련해서 해주시면"

재판부 "법원에 전문심리 위원 풀이 있는데 거기에 정신과와 심리학자… 심리 정신과가 심리학일지는 모르겠는데 의사들이어서요" 
"(법원 관계자를 바라보며) 심리 정신과 쪽으로 찾아 보시고 목록을 저한테 좀 주세요"
"선정되면 질의사항을 먼저 보내서 의견을 받는 것으로 하시죠. 의견서까지 받아보고 이견이 있으면 법정에도 와서 할지 말지 결정하시죠"  

앞서 지난 2019년 2월, 피해자에게 복어 독을 먹여 살해하려다 실패했다는 혐의로 살인 미수 유죄 판결을 받은 이은해 측은 이날 재판에서 횟집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살인 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22.12.14 서울고법 형사 6-1부 이은해·조현수 살인 혐의 공판中
이은해 측 "추가로 ○○횟집 점주를 증인으로 신청하고자 합니다"

재판부 "검찰 의견은 어때요?"

검찰 "취지가 무엇인가요?"

이은해 측 "저희가 확인한 결과 당일 결제 내역이 복어가 아니라 광어, 우럭, 전복이란 답을 들은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복어를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복어 독이 있는 내장을 손님에게까지 전달 가능한지 직접 (점주의) 증언을 듣고 싶습니다"

검찰 "이게 텔레그램 내용과 상치되는 것이고, 또 현재 시점 기준으로도 3년 전 일을 횟집 주인을 소환해서 물을 경우에 과연 일반론적 대답 외에 사건에 대해 증언할 수 있을지 의문인데요?"  

1심 재판에서 이은해와 조현수는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당시엔 둘이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습니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이를 뒤집고자 당시 횟집 주인을 부르겠다는 것인데, 검찰은 횟집 주인이 3년 전 일을 기억할지, 그리고 의미 있는 증언을 할지 의문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날 이뤄진 첫 공판 기일부터 양측은 이처럼 상반된 항소 이유를 밝히며 충돌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법 체계가 살인을 구분하고 있지는 않아, 작위 살인을 인정 받더라도 형량에는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입니다. 다만 다소 생소한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 살인을 우리 법원이 인정할 것인지는 향후 다른 재판에도 큰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재판은 올해 주목해야 할 재판으로 꼽힙니다.

한 사람의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이를 입증, 그리고 법원의 인정까지 받아 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더군다나 피해자는 현재 사망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어떤 이유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진실에 가까운 결론이 나오길 바랍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 CBS노컷뉴스 법조팀 기자들이 전하는 살아 숨 쉬는 법정 이야기 '법정 B컷'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법정B컷: 뉴스가 놓친 법정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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