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유지했던 고강도 방역을 3년 만에 대거 풀고 있다. 급격한 방역 완화 속 짧은 기간에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중국발 새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해외 입국 방역조치를 대부분 해제한 터라 변이 유입 감시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다음 달 8일부터 해외에서 오는 입국자에 대한 시설 격리를 폐지하고,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또한,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방역 완화를 지난 26일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내내 강력한 입국 규제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오다 '위드 코로나'로 급격히 방향 전환을 시도하는 셈이다. 입국 격리가 사라지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내를 방문하는 중국인도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러한 중국의 방역 빗장 해제만으로 국내 유행 상황이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주로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변이는 국내 유행 중인 BA.5, BN.1 등과 같은 오미크론 계열인 BF.7이다. 때문에 방역이 완화돼 국내로 유입되더라도 유행 규모나 치명률에 곧바로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변수가 남아 있다. 바로 중국발 '새 변이' 출현 가능성이다. 통상 기존 바이러스와 완전히 특성이 바뀌는 새 변이가 출현하는 요건으로 ①짧은 기간 내 ②폭발적인 확진자 증가 ③낮은 면역이 꼽히는데 이달 들어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급선회한 중국의 코로나19 유행은 정확히 이러한 요건들을 충족하고 있다.
연합뉴스중국 방역당국인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25일부로 일일 신규 감염 통계 발표를 중단한 가운데 지난주 내부적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가 37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를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가 위원회 참가자의 발언을 인용해 최근 보도한 바 있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 기준 확진자를 공식 집계 중인 국가들의 지난주 발생하는 일일 확진자 수가 60만~70만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중국에서 세계 다른 나라 확진자의 50배 수준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또한, 지난 2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현해 "중국에서 이렇게 많은 감염자가 생기면, 가령 몇억명이면 확률상으로 변이가 생길 확률이 훨씬 더 높은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 2500만, 2600만 걸릴 때 변이가 생길 확률과 (중국에서) 2억 명, 3억 명 걸릴 때 변이가 발생할 확률은 전혀 다르다"고 우려했다.
국가 전체적인 면역력이 떨어져 추가 확산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그간 유행 발생마다 봉쇄 조치를 취해 와 자연 면역의 가능성이 낮았다. 백신 접종률은 90% 이상이라고 하지만 상당 수는 1‧2차 접종만 마친 데다 80세 이상 고령 노인의 접종률은 40%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자국산 불활성화 백신인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으로 대부분 접종해 백신 효과가 외국산 mRNA 계열 백신 등보다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이에 더해 중국의 코로나19 데이터 정보가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도 국내 방역 정책의 큰 고민거리다. 확진자 통계 발표를 중단한 데 이어 자국 내 민간기업과 연구기관에 코로나19 유전체 분석을 당분간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까지 나왔다. 즉 중국에서 새 변이가 출현하더라도 검출 보고 자체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인적, 물적 교류가 많아질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규모 유행에서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하위 변이 같은 게 나온다면 중국은 그것을 절대로 공유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새로운 유행의 진앙지가 되는 불명예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면 결국 중국에서 변이가 나와도 주변 국가에서 확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주변 국가의 대표적인 나라가 우리나라다. 변이가 생긴다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굉장히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만큼 향후 중국 유행 강도에 따라 중국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감시 체계 강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을 감염 위험도가 높거나 중점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표적 검역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지만 별개의 입국 제한 조치는 현재로서는 없다. 일본의 경우 오는 30일부터 중국 입국자 전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하기로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년 전 악몽이 떠오를 정도로 중국의 유행이 백신 접종률로 보나 백신 효과로 보나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의 방역 완화 추세를 보면 입국 감시를 더 강화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도 가령 입국 시 의무 PCR 검사까지야 어렵지만 증상이 있는 경우 적극적으로 검사받을 것 등을 독려하는 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중국의 유행 확산에 따라 더 강화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날 "중국 코로나19 유행 및 신규 변이 출현 등을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모니터링 중에 있다"며 "추가조치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