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후 김모(50)씨 모습이 담긴 CCTV영상 캡처. 독자 제공 제주 유명식당 대표 살해사건 경찰 수사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주범 김모(50)씨가 범행 전 주택 비밀번호를 알아내려고 택배기사로 위장해 문 앞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났다.
26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남 양산시에 거주하는 김씨는 지난달 말 범행을 하기 위해 제주시 오라동에 있는 피해자 주택을 찾았다.
당시 공동주택 현관 비밀번호는 맞았지만, 주택 현관문 비밀번호가 틀려 범행하지 못한 채 돌아갔다. 공범인 박모(55)씨가 알려준 비밀번호가 틀린 것이다.
피해자는 가깝게 지내던 박씨와 사이가 틀어진 지난달 이미 비밀번호를 바꾼 뒤였다.
김씨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이달 초 다시 제주에 내려왔다. 택배기사로 위장해 피해자 주택 현관문 앞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 같은 날 카메라를 회수해 비밀번호 네 자리를 알아냈다. 특히 김씨는 택배기사로 위장하기 위해 제주까지 오토바이를 가지고 온 것으로 조사됐다.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과정에서도 김씨가 박씨와 긴밀히 상의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영상을 통해 김씨는 비밀번호 세 자리만 알아냈지만, 이 숫자가 피해자와 관련된 기념일 중 일부여서 박씨가 나머지 비밀번호 숫자를 알려줬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후 김씨는 지난 15일 새벽 아내 이모(45‧여)씨와 함께 차를 끌고 배편으로 다시 제주에 왔다. 다음날인 16일 오후 12시쯤 미리 알아낸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른 뒤 주택에 침입해 3시간 동안 방에 숨어 있었다. 이날 오후 3시쯤 일을 마치고 귀가한 피해자를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했다.
특히 김씨가 사전 답사하는 과정에서 늘 아내 이씨가 대동했다. 아울러 김씨가 제주를 오가는 배편을 구할 때마다 제3자의 신분을 도용해 표를 구매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살인사건이 벌어진 주택 모습. 고상현 기자계획범행 정황은 또 있다. 김씨가 피해자 주택에 드나들 때 CCTV에 찍히지 않도록 모습을 철저히 감췄다. 또 도주 과정에서 미리 챙겨온 신발과 옷을 갈아입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려 했다.
아울러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김씨는 장갑을 낀 채 주택에 침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는 사건 직후 피해자 휴대전화를 들고 나와 인근 다리 밑으로 버리기도 했다. 경찰은 피해자 휴대전화를 확보했지만, 파손된 터라 경찰청에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고향 선배인 박씨가 김씨에게 청부살인을 부탁한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 8월부터 금전적인 문제로 피해자와 여러 차례 크게 다퉜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는 김씨 부부가 제주를 오갈 때 드는 경비를 모두 제공하고, 범행 착수금 성격의 현금 2천만 원도 지급했다.
경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김씨와 박씨 간 추가 대가가 약속된 게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추가 수사에 따라 현재 박씨에게 적용된 살인교사 혐의가 살인 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