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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총회 끝나기 무섭게 '탄광‧LNG 확보' 뛰어든 세계…무색한 탄소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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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지구온난화 위기, 제27차 기후총회서 탄소감축 공감대
러시아發 글로벌 원자재 파동에 너도나도 석탄‧LNG 확보 경쟁
명분과 실리 속 생존경재 우선…기후변화 위기 가속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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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위기 극복을 위한 제27차 기후총회가 끝난 지 한 달 만에 유럽 각국이 화석연료 쟁탈전에 뛰어들면서 탄소감축 선언이 무색해지고 있다. 러시아 사태로 계기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각국이 탄광 개발에 이어 LNG(액화천연가스) 확보 경쟁에 나서는 등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초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영국과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화석연료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약 30년 만에 신규 탄광 개발을 최근 허용했다.
 
영국 주택발전부는 지난 7일 영국 북서부 지역의 컴브리아 신규 탄광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신규 탄광에서 채굴된 석탄을 화력 발전에 이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수출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지구 온난화 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요소라는 지적이다. 석탄과 석유 등 기존 화석연료는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 등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석탄 사용량은 급격히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의 석탄 사용량은 1.2% 증가, 80억톤(t)을 능가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논의된 '지구 온도 상승폭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선 석탄 사용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데, 외려 증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은 전력난을 막기 위해 오는 2025년까지 석탄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지난해 기후총회에서도 '탈석탄 전환' 선언에 불참하는 등 에너지 안보 관련 자국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7일부터 20일까지 이집트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COP26)에서 합의한 온실가스 저감장치가 미비한 석탄화력 발전의 단계적 축소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구 온도 1.5도 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발전뿐 아니라 석유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당사국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군소도서국 협상그룹 등도 오는 2025년 이전까지 전 세계 배출량 정점 달성 촉구와 글래스고 기후합의(COP26)의 석탄발전 단계적 축소,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철폐보다 진전된 감축 노력 등을 요구했지만 최종 반영에는 실패했다. 다만 '정의로운 전환' 프로그램'을 설립하기로 하고, 오는 제28차 총회부터 '정의로운 전환에 관한 고위 장관급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기로 한 상태다.
 
개발도상국인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까지 탄소중립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 최대 천연가스 공급원으로 꼽히는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PNG(파이프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이후 에너지 기근 현상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특히 PNG 물량 감소로 인해 유럽 국가들이 대체재인 LNG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LNG 가격이 급등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파이프라인으로 가스를 공급받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압축한 LNG를 선박을 통해 수입하는데, 유럽 국가들이 확보전에 나서면서 동북아시아 LNG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실제로 동북아시아 LNG 시장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현물 가격은 백만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양)당 지난 22일 기준 약 3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중순에는 2달러 안팎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10배 이상 오른 것이다.
 
전력생산에 사용되는 LNG 비중도 약 30% 안팎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이 급격히 늘었다. 전력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거래금액 중 LNG 비용은 19조8852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LNG 비용은 33조341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와 사용량이 큰 차이가 없을뿐더러 아직 마지막 달인 12월을 포함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미 올해 10조원 이상 비용이 초과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위기 국면이 고조되면서 적자생존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23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위기에 대해선 각국이 당장 눈앞에 생존이 걸려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도 현실적인 전략을 잘 짜야 한다"고 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은 결국 명분과 실리의 싸움"이라며 "지금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이 실리를 감당하기 어려운 형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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