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김용 블로그 캡처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이 23일 시작된다. 김 전 부원장은 20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8억원이 넘는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명의 최측근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 모두 기소된 가운데 자신의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계좌 추적까지 이어진 상태라 이 대표에 대한 피의자 전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이 대표가 대선 당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재판도 이번주 세번째 공판준비기일을 맞는다. 법조계에서는 연초부터 야당 대표가 법원을 수시로 드나드는 사상 초유의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불법자금 수수' 김용 첫 재판…이재명 자금 추적 나선 檢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 10월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도하며 당 관계자와 대치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을 23일 오전에 진행한다. 공범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 불법 정치자금을 준 혐의를 받는 남욱 변호사도 이날부터 함께 재판을 받는다.
공판준비기일에는 공소사실에 대한 검찰과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인 신문을 비롯한 증거조사 계획을 세우는 절차로, 피고인이 출석 의무는 없는 만큼 김 전 부원장이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이 지난해 4월에서 8월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로 남 변호사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으로 4차례에 걸쳐 8억4700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중 유 전 본부장이 1억원을 사용하고 나머지 1억4700만원은 전달하지 않으면서, 김 전 부원장이 챙긴 돈은 6억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부원장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반면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거듭 내놓고 있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 측근들에게 최소 4억원에 달하는 선거자금 명목의 현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자신을 비롯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이례적인 규모의 개발 이익이 분배된 데에는 성남시 승인 덕분인데,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측근 등 성남시 핵심관계자들이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이에 검찰에서는 이 대표 관련 계좌 추적을 하는 등 강제 수사로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가 "탈탈 털어보라"고 자신하는 만큼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업자로부터 챙긴 돈이 이 대표에게까지 직접 흘러갔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개발 이익이 몰아준 덕분에, 성남시 이익이 1822억에 그친 만큼 이 대표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당대표비서실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이 대표가 시장 재직 당시 성남시에 불리한 수익배분 방식을 승인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적극 해명에 나선 바 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은 지난 18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측근 이한성씨와 최우향씨를 구속 후 처음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이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두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김씨의 지시에 따라 범죄 수익을 은닉했다고 보고 있다. 김씨의 범죄 수익을 수표로 인출해 은닉, 보관하거나 허위 회계처리로 부동산을 차명 매수하는 등의 수법으로 약 260억원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김씨 측과 천화동인 1호의 돈거래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모두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로 이 대표를 지목하거나 이 대표의 지분이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은 바 있다.
'허위사실 공표' 공판도 곧 본격 시작
20대 대선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해 허위발언 혐의로 기소된 사건도 점차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수사망이 점점 이 대표를 포위해오는 가운데 야권의 사법 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세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리는 가운데 법원에서는 사건이 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 정치인이 대거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울산시장 하명수사 사건의 경우 재판이 시작되기까지 공판준비기일만 여섯번 열었다. 여기에 재판부까지 변경되면서 1년 4개월 만에 재판이 개시돼 '시간 끌기'라는 법조계와 여론의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법원은 이같은 비판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 대표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심리하는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경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이 세번씩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기록이 워낙 방대한 만큼 야당 대표가 출석한 자리에서 증거에 대해 다투는 등 불필요하게 시간을 끄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대선 당시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하위 직원이라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했지만,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는 김 처장이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 동반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출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이 대표는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백현동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이던 2015~2016년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가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됐고, 이에 따라 전체 임대 아파트 건립 계획이 분양아파트로 전환됐다는 게 골자다.
이 대표 측은 지난 두번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행위에 관한 사항이라면 내용이 적시돼야 하는데, 피고인이 한 얘기는 어떤 시기에는 '잘 몰랐다'는 기억을 못 했다는 취지 같다. 이게 어떤 행위에 관한 것인가"라며 검찰과 날을 세웠다. 이어 "과거 김문기씨 관련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면 공소사실이 특정된 것이 아니어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공소장 일본주의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장에 기재된 부분은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발언을 하게 된 배경, 사회적 맥락을 설명하는 부분"이라며 "피고인의 발언이 여러 번 반복된 취지는, 발언이 행해진 사회적 맥락 등을 통해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