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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쌓인 신뢰' 결국 16강이라는 결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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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위로하는 벤투 감독. 연합뉴스선수들 위로하는 벤투 감독. 연합뉴스2018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국가대표감독선임원회를 꾸렸다.

다수의 외국인 감독과 접촉했다. 스페인 출신 키케 산체스 플로레스, 크로아티아 출신 슬라벤 빌리치 등이다. 그 중 하나가 파울루 벤투였다. 정확히 말하면 벤투 감독은 감독선임위원회의 최선이 아닌 차선이었다.

그렇게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부임했다. 그리고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 필리페 코엘류 코치, 비토르 실베스트레 골키퍼 코치, 페드로 페레이라 피지컬 코치와 함께 한국 땅을 밟았다.

벤투 감독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팀의 정체성 찾기에 노력할 것"이라며 "공을 점유하면서 경기를 지배해 최대한 많은 득점을 기록하는 축구를 펼치고 싶다. 대표팀이 항상 야망을 품고 경기에 임하는 팀이었으면 좋겠다. 90분간 끊임없이 뛰며 우리의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유럽파가 빠진 지난해 3월 한일전(원정)에서 0대3으로 완패했다. 처음으로 벤투 감독의 경질에 대한 여론이 생겼다. 올해 7월 동아시안컵에서도 다시 한일전에서 0대3으로 패했다. 벤투 감독은 "프로세스"라고 강조했지만, 경질에 대한 목소리는 더 커졌다.

하지만 선수들은 벤투 감독을 믿었다. 대한축구협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한국 축구는 월드컵까지의 4년을 오롯히 한 감독에게 맡긴 적이 없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쓴 거스 히딩크 재임 기간은 1년 반 남짓이다. 최근 월드컵만 돌아봐도 2014 브라질월드컵 홍명보 감독은 최종예선 종료 후, 2018 러시아월드컵 신태용 감독은 최종예선 막판 지휘봉을 잡은 뒤 월드컵에 나섰다. 성적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첫 원정 16강을 쓴 2010 남아공월드컵 사례가 좋은 예다. 허정무 감독은 4년은 아니었지만, 월드컵 예선 시작부터 월드컵까지 팀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벤투 감독과 함께 보낸 4년 동안 한국 축구의 색깔이 생겼다는 믿음이었다. 벤투 감독도 비판 여론 속에 뚝심을 발휘했다. 그렇게 벤투 감독과 한국 축구의 카타르월드컵 프로세스는 중도 멈춤 없이 진행됐다.

결과가 나왔다. 통산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4년 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 4년의 시간이 너무 중요했던 것 같다. 감독님이 정확히 어떤 축구를 하는지 우리는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많은 사람들이 의심을 했다. 결국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을 때 다같이 박수를 쳐줬다"면서 "항상 선수들의 위치에서 선수들을 많이 보호해주고, 선수들을 항상 생각해주는 감독님이었다. 감독님이 오고 주장이 됐는데 너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많은 것을 배웠다. 감사 인사로는 부족할 정도"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베테랑 정우영(알사드) 역시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매순간 완벽하진 않았다. 힘들 때도 있었고, 질 때도 있었고, 경기력이 안 좋을 때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감독님부터 중심을 잘 잡아줬고, 흔들리지 않았다. 원하는 목표까지 와서 원하는 경기력을 몇 경기 보여줬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고, 후회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벤투 감독과의 동행은 4년 4개월로 막을 내린다. 대한축구협회는 벤투 감독과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벤투 감독은 휴식을 택했다.

벤투 감독은 "계약 자체가 월드컵 마지막경기까지였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최종예선 후 새로운 오퍼를 줬는데 그 이후 내가 9월에 이번 월드컵까지만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면서 "계약은 여기까지로 끝이다. 월드컵 이후에는 한국에 있지 않고, 포르투갈로 돌아가서 조금 쉰 다음 미래를 생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년 동안 쌓인 신뢰는 16강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제 다음 4년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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