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국가 손배' 수갑, 13년 만에 풀릴 실마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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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파기환송 "2심, 정당방위 심리 않고 수리비 노조에 배상은 잘못"
노조 '환영'…"헬기·기중기 손배액이 대부분, 국가 폭력 인정한 것"
경찰청, 판결문 검토 후 내부 논의 거쳐 입장 결정

당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노조원들을 향해 경찰 핼기에서 최루액이 살포됐다.당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노조원들을 향해 경찰 핼기에서 최루액이 살포됐다.
"원심 판결 중 헬기 및 기중기 손상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 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는 기각한다."

'쌍용차 국가 손배소'의 수갑이 풀릴 실마리가 나왔다.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이 경찰에 10억원대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한 원심 판결을 30일 대법원이 파기하면서다.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지에 대해 심리하지 않고 헬기의 수리비 등을 노조에게 배상하도록 한 2심 판단에 잘못이 있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이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불법 집회·시위라 할지라도 그에 대한 과잉 진압 행위가 모두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과잉 진압에 대한 대응 행위가 용인되는 범위라면,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만,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무려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대법원이 이날 쌍용차 노조의 '손배소 폭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자,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대법원 정문 앞에서 '쌍용자동차 손해배상액 30억원'이라고 쓰인 종이를 잘게 찢으며 하늘 위로 뿌렸다. 이들을 대리하는 장석우 변호사는 "전부 다 파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손해배상액 상당 부분을 차지한 헬기와 기중기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 것이기에 부담을 많이 덜었다"면서 "국가 폭력이라는 우리 입장을 인정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심에서 인정된 11억원이 넘는 손해배상액에서 헬기와 기중기 관련이 각각 5억씩으로, 헬기와 기중기 관련 손해배상이 대부분이었다.

대법원 제공대법원 제공
국가의 손을 들어준 1·2심에선 진압 과정에서의 '위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을 '전제'로 두고 판단했다. 이를테면 헬기 손상과 관련한 손해배상 책임을 따졌을 때, 경찰이 헬기를 이용하여 최루액을 공중 살포하거나 헬기 하강풍을 옥외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노출시키는 방법을 쓴 것은 적법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상대방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손상됐다 하더라도 '정당방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쌍용차 손배소가 불합리하다는 사회적 판단이 누적된 게 대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장 변호사는 "1·2심에도 파업 진압 과정에서의 위법성 등을 얘기했지만, 이 부분은 논의의 주 대상이 되지 않고 과실상계 부분만 다퉜다"면서 "그러나 이후 경찰 진상 조사 과정에서 헬기의 위법한 활용, 규칙이 위배된 점 등이 드러나면서 정당방위 부분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2019년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은 과잉 진압에 대해 사과하고 임금 등에 제기한 가압류를 모두 취하하면서도, 손해배상 소송 자체는 유지한 바 있다.

실제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경찰 장비에 대한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의도적으로 헬기를 낮은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하며 옥외에서 농성 중인 사람을 상대로 직접 하강풍에 노출시키는 건 경찰 장비를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또 경찰 장비인 최루제도 관련 법령에서 정한 발사 장치를 통해 사용돼야 하며, 헬기를 이용해 공중에서 살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중기 수리비 책임을 노조에 80%나 지운 데 대한 판단을 내릴 때도 재판부는 "무거운 짐을 들어 올려 느린 속도로 이동시키는 용도로 사용되는 고가의 장비인 기중기를 용법을 벗어난 방법으로 사용했다면, 그 손상에 관한 원고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009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로 인한 77일간의 파업과 경찰의 강제 진압 이후, 경찰은 그해 파업 참여 노동자 중 67명을 특정해 2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3년 뒤에나 나왔다. 항소심도 3년이 걸렸다. 1심과 2심은 모두 국가의 손을 들어주며 10억원대의 손해배상액을 내야 한다고 결정했다. 항소심에서 대법원 판결까지는 7년이나 걸렸다. 재판이 지연되며 이자가 붙어 손배 청구액은 3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그 사이 3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끝나지 않는 손해배상, 폭력진압 트라우마와 우울증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대법원 판결 이후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판단은 한 사건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지만, 사회 통념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며 "오늘의 판결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의 파업을 손배가압류로 보복하는 행위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쌍용차 노조는 서울고법에서 다시 한 번 싸우겠지만, 경찰이 인권위의 권고처럼 소를 취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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