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화물연대 파업이 엿새째인 오늘, 정부가 시멘트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습니다.
18년 만에 처음인데요. 이 업무개시명령은 어떻게 진행되고 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김민재 기자!
[기자]
네 저는 지금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 나와있습니다.
[앵커]
정부가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사상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결국 강행했어요.
[기자]
예,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오늘 국토교통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시켰습니다.
국토부가 예상하는 업무개시명령 대상 규모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 명, 관련 운수사만도 201 곳에 달합니다.
이미 대상자에게 관련 서류가 송달되기 시작해 국토부는 오늘 안에 대부분 송달 작업을 마칠 거라고 합니다.
명령을 송달받으면 다음 날 자정까지 업무에 복귀해야 합니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하지 않으면 30일간의 면허정지 또는 면허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의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배석한 가운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앵커]
결국 업무개시명령이 정부가 국민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는 거잖아요. 위헌 논란까지 제기돼 부담이 컸을텐데도 정부가 결국 강행한 이유는 뭘까요.
[기자]
우선 화물 운송이 막히면서 우리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정부가 강조한 명분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24일부터 시작된 불법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시멘트 출고량이 90% 이상 급감하고, 건설현장의 약 50%에서 레미콘 공사가 중단되었으며, 일부 주유소에서는 재고 부족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자]
다만 단순히 경제 위기 우려만으로 발동 여부를 결정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오늘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직접 심의하면서 '불법'이라는 키워드를 대단히 강조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기본적으로 화물연대 파업이 불법이고 정부가 밀리지 않겠다. 이건 앞으로 지하철과 철도 파업도 예고된 상황에서 암시하는 바가 있겠네요. 보수 지지층에게 어필하는 것으로도 보이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으로 파업이 계속되면 정부가 명령 대상을 확대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 추 부총리도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매일매일 저희들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조치에 관해서는 판단이 설 때 또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확답은 피했지만, 어쨋든 추가 명령의 가능성을 열어놨단 얘기죠.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으로 피해가 큰 정유나 철강 분야를 우선 순위로 꼽습니다.
상황에 따라선 다음 주 정기 국무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대상을 확대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정부가 명령을 내렸다고 해서 과연 화물 노동자들이 실제 업무로 얼마나 복귀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거든요.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29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인근 도로에 화물차량들이 멈춰 서있다. 연합뉴스
[기자]
일단 오늘부터 명령 송달이 시작되는데 송달 과정도 만만치는 않아요.
공장에 모여 일하는 제조업 노동자들과 달리 전국에 흩어진 채 고정된 출퇴근 장소도 없고, 운송계약 관계도 굉장히 복잡한데, 이걸 다 파악하고 정확히 송달하고, 또 실제로 업무 복귀했는지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마무리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명령이 전달되더라도, 현장에서는 반발이 상당할 겁니다.
업무개시명령의 법적 요건을 보시면요.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을 '집단거부'할 때 명령이 발동됩니다.
예를 들어 화물기사들이 나는 파업에 동조한 게 아니라 다른 이유로 일을 쉬었다, 이렇게 소명하고 적절하게 증명하면 처벌할 수가 없어요.
[앵커]
몸이 좀 안 좋았다, 집안 사정이 좀 있었다, 개인 사정이라고 하면 집단거부로 볼 수 없겠어요. 또 설사 법적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처벌 수위도 논란이더라고요?
[기자]
맞습니다. 특히 명령을 거부하면 징역형까지 가능하다지만, 대체 어떤 경우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볼 것이냐는 관련 기준이 따로 없습니다.
더구나 업무를 거부했을 때 내려지는 1차 처분이 30일 업무 정지입니다. 일 하지 않고 나라 경제를 어렵게 했으니 그 벌로 30일 동안 일 하지 말라는 거에요.
만약 파업이 종료되고 명령이 중지돼도 한 번 내려진 면허정지나 취소 처분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정부로선 무작정 처벌 대상을 늘리면 오히려 물류 위기가 더 심해질테고 그렇다고 처벌을 자제하면 명령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모순에 갇히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