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산 필요없고 밥이 필요하다. 봉쇄 필요없고 자유를 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는 중국인들. SNS 캡처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지친 중국인들의 항의와 저항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눈에 보이는 시위는 진압하고 해산시키면 되지만 극도의 통제 속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불만과 항의, 저항 메시지들이 끊임없이 유통되면서 '동타이 칭링'으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27일 발표한 전날 통계에 따르면 26일 하루 중국 전역의 코로나 감염자는 3만9542명으로 4만 명에 육박했다. 일주일전인 19일 감염자가 2만4천여 명에 비해 1만5천명 이상 늘었다.
위는 중국 전체, 아래는 베이징 코로나 확진자 수…흐린 부분은 무증상, 진한 부분은 확진자 증가 추이를 나타낸다. 한국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 수만 명의 감염자는 큰 의미가 없지만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중국에서는 상당히 위협적인 숫자다. 중국인들이 체감하는 숫자는 4만 명이 아닌 0이 두 개 또는 세 개 정도 붙은 40만 명, 400만 명 이상이다.
수도 베이징이 특히 심각하다. 19일 621명이던 감염자는 26일에는 4300명을 넘어 거의 7배 증가했다. 통제되지 않은 길거리 검사(사회면)에서 나온 감염자가 8백 명은 통제불능 상황으로 치닫는 베이징의 방역 상황을 말해 준다.
코로나 확산되면서 폐쇄된 베이징 시내 공원. 안성용 기자
지난 10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의에서 확정된 최적화 방역을 위해 이튿날 국무원 산하에 조직된 범부처 합동대응팀이 20개 조치를 발표하며 방역을 일부 완화했다.
하지만 공교롭게 발표와 비슷하게 감염자가 치솟기 시작하자 방역 당국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왕좌왕하다가 과거로 회귀했다.
예전의 묻지마식 도시 전체나 특정 지역에 대한 봉쇄는 아니지만 고위험군으로 지정된 동(棟)만이 아니라 감염자가 나온 단지 전체를 봉쇄한 뒤 3일간 전주민 핵산검사를 통해 전원, 매번 음성이 나와야 해제해 준다.
이런 조치는 중앙정부에서 금지한 ''청청지아마''(层層加码)에 해당되기 때문에 대놓고 하지는 못하고 소셜미디어 단체대화방을 통해 일방적으로 공지하는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건물 폐쇄 등도 마찬가지다.
20차 당 대회 이후 완화될 것으로 보이던 봉쇄, 격리 등이 사라지지 않고 경제와 삶을 다시 옭죄자 라오바이싱(일반 백성)들의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반발이 표면화되고 있다.
광둥성 광저우시 하이주구와 허난성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벌어진 주민들과 노동자들의 탈출과 항의 시위 등은 대표적인 예다.
저항의 기운은 당국의 감시를 피해가며 온라인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 위챗이나 웨이보, 도우인(짧은 동영상 앱) 등에서는 각 지역의 코로나와 방역 상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당국의 말도 안 되는 일처리는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고 모순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언행은 박수를 받는다.
베이징대 학생들이 25일 밤 낙서한 학생을 처벌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 제공 중국에서 인터넷은 끊임없는 감시와 삭제의 대상이지만 워낙 불만이 팽배하다보니 오프라인 현실세계도 변화시킨다.
당국의 방역정책을 비판하며 핵산검사 철회를 요구하는 낙서들도 곳곳에 등장하고 있고 이런 내용들이 인터넷에 그대로 옮겨져 공유되면서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
26일 베이징대학에서도 "핵산검사가 아닌 먹을 것을 원한다.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 눈을 뜨고 세계를 보라. 제로 코로나는 사기다"는 등의 낙서가 발견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자정 시간대에 학생들이 모여들어 낙서를 한 학생을 처벌하지 말 것과 봉쇄를 해제할 것 등을 요구하며 인터내셔널가(국제공산주의 노래)를 부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 정법대, 중앙미술대와 쓰촨 전매대, 상하이 교통대, 난징 전매대 등에서도 비슷한 낙서와 메모, 유사한 행위가 벌어졌다.
SCMP 캡처
이런 가운데 신장 우루무치의 한 오래된 주택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100일이 넘는 봉쇄의 실상이 외부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고, 우루무치 시민들을 자각하게 만들고 있다.
24일 밤에 발생한 이번 화재는 15층에서 발생해 17층까지 번졌고 연기가 21층까지 퍼지면서 대형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문제는 우루무치시 상당 지역이 108일간 봉쇄됐던 지역으로, 해당 건물이 화재당시 봉쇄된 상태가 아니었다는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봉쇄된 단지에서 사실상 감금된 상태여서 탈출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소방차가 단지에 진입하려 했지만 봉쇄로 100일 넘게 세워둔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는 이야기는 중국인과 세계인들이 몰랐던 우루무치 봉쇄의 실상을 알려주고 있다.
화재 다음날인 25일 우루무치시 곳곳에서는 주민들의 항의시위가 벌여졌다. 우루무치 당국은 이튿날 우루무치시 상당 지역에서 동타이칭링을 달성했다며 해당 지역의 봉쇄를 해제했다. 하루 아침에 제로 코로나를 달성했다기 보다는 주민들의 불온한 기운을 잠재울 필요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오미크론 변이 사망률이 낮다는 싱가포르 자료. 중국인들은 이러한 자료들을 주고 받으며 중국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관련 SNS 캡처 제로 코로나의 허구성을 꼬집는 글들도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간쑤성 란저우시 비구이원(碧桂园)사건으로 주택단지에서 양성자가 나와 폐쇄됐지만 아무리 핵산검사를 해도 양성자를 찾지 못했는데 정작 방역 용원들은 7일 동안 핵산검사를 안했고 이중 두 명이 확진자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