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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이야기]'성숙한 日 팬들' 관중석에서도 독일에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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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후 파란색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담는 일본 팬들. 연합뉴스경기 후 파란색 비닐봉지에 쓰레기를 담는 일본 팬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꺾은 데 이어 일본도 독일을 제압했습니다.
   
전반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주고, 반자동 VAR로 추가 실점을 막은 일본은 후반 2골을 몰아쳐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전의 데칼코마니처럼 일본이 독일을 상대로 이변을 일으켰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일본 팬들입니다. 카타르월드컵은 작은 국가에서 열리다 보니 한국 취재진이 다른 나라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보통 한국 축구 대표팀 일정을 따라다니기 바쁘지만 이번엔 다른 국가들의 경기도 볼 수 있습니다.
   
대회의 여러 경기 중 아르헨티나와 사우디, 독일과 일본의 경기는 한국 취재진의 관심이 높은 경기였습니다. 저도 다른 경기보다 이 두 경기를 챙겼죠.
   
두 팀의 대결은 현지 시간 23일 오후 4시(한국 시간 오후 10시) 카타르 알라얀 할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렸습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팬들은 속속 경기장으로 들어왔죠.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독일과 일본 팬들. 노컷뉴스경기장으로 들어오는 독일과 일본 팬들. 노컷뉴스일본 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응원에 나선 일본 팬들은 관중석이 절반도 차지 않을 정도로 이른 시간이었지만 즐겁게 응원했습니다. 일장기를 몸에 두른 팬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될 수 있는 욱일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프 라인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울트라스가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로 치면 붉은악마죠. 경기장은 분명 독일 팬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일본 팬들은 큰 목소리로 결코 독일에 뒤지지 않을 만큼 열렬히 응원하며 대형 일장기를 흔들면서 경기장을 달궜습니다.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은 파란색입니다. 이날 울트라스도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응원 도구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닐 봉투였습니다. 파란색 비닐 봉투였죠. 손잡이를 잡고 이걸 머리 위로 빙빙 돌렸습니다.
   
대형 일장기를 흔드는 일본 울트라스 응원단. 대형 일장기를 흔드는 일본 울트라스 응원단. 
경기가 시작되자 일본 팬들의 함성은 더 커졌습니다. 독일 팬들도 국기를 흔들면서 응원했지만 울트라스의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응원을 주도하는 것은 울트라스였습니다.
   
전반 선제골을 내줬을 때도 울트라스의 응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선수들을 격려했습니다.

후반 동점, 역전골이 터지자 울트라스는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경기 종료 후 일본 선수들이 울트라스를 향해 달려오자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팬들까지 있었죠.
   
너무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 붉은악마도 우루과이와 경기가 끝나고 저렇게 감격스러운 장면을 맞이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경기 후였습니다.

울트라스는 가져온 파란색 비닐 봉투에 쓰레기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자신들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했죠.

독일 관중은 일찍 자리를 떠났습니다. 졌으니까 이해는 됩니다. 그러나 일부는 그냥 자리를 떠났습니다. 응원에 사용했던 독일 국기도 좌석에 덩그러니 남겨졌습니다. 외신들은 이 장면을 보도했죠.
   
경기장 밖에서도 울트라스는 차분했습니다. 사우디 팬들이 아르헨티나 팬들을 향해 "우리가 메시의 눈을 부쉈다", "메시를 볼 수 없네"라고 외치며 도발을 한 것과 대조적이었죠.
   
이번 경기, 일본은 선수들도, 팬들도 모두 완승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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