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복심'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당내서도 동요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검찰이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향후 이 대표의 직접적인 혐의까지 드러난다면 당 내홍은 불가피하다는 게 당내 공통된 목소리다.
당내 "정진상 구속되면 이재명 사과해야"
검찰이 15일 뇌물 등 혐의로 정 실장을 비공개 소환조사했다. 정 실장은 이재명 대표가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인연을 시작으로 각종 선거와 성남시·경기도·민주당에서 보좌한 최측근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정 실장은 밤늦게까지 이 대표 관련 뉴스를 의원들에게 공유하며 대응책을 주문하는 등, 24시간 이 대표만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칼날의 최종 목표가 이 대표임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앞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이 대표 최측근들도 검찰에 구속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수사망이 좁혀오면서 당 일각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실장이 만약 구속되면 이 대표가 1차적으로 사과를 해야한다"면서 "특히 이 대표가 정 실장에게 당직을 주면서 당이 위기에 빠졌으니 도의적 책임은 져야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상민 의원 역시 지난 1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이 나서 정 실장을 비호하는 것과 관련해 "지도부까지 나서서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 측근에 대한 압수수색, 소환조사, 구속 등이 이어지자 정 실장 소환 전날인 14일 대검찰청을 항의 방문했다. 또 15일에는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차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실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조작"이라며 공개 비판하는 등 사실상 이 대표 측근 비호에 나섰다.
'명단 공개'도 "'정치적 판단 깔렸다' 오해 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비공개 면담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핼러윈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로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야권 내에서도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당연히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고 명단 공개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이에 당의 한 초선 의원은 "유족이 명단 공개를 요구한 것도 아닌데 당이 먼저 나서서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주는 건 맞지 않다고 본다"며 "명단 공개를 당에서 주도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게 현재까지 대부분 의원들의 생각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의 또 다른 중진 의원 역시 "명단 공개의 목적이 진정 추모를 위한 것이라면 공개에 찬성하는 유족분들 위주로 이름, 위패와 함께 추모식을 열면 될 일"이라면서 "공개를 꺼리는 분들에게 까지 당이 나서 설득하려는 것은 결국 '사법리스크 방어' 등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게 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다만, 물증 나오기 전까진 문제제기 어려워"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나 이처럼 당 차원의 문제로 비화한 사법리스크에 동요하는 내부 기류와는 달리, 이 대표를 향한 공개적인 비판의 목소리는 나오지는 않는 상황이다. 이는 내부적으로 지금의 검찰 수사를 '공정하지 못한 수사', '정치탄압' 등으로 인식하고 있고, 아직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혐의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우리가 이 대표에 대해서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왜 없겠느냐"면서도 "다만,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해가며 수사의 공정성과 신빙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실장 문제에 대해 당에서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의 또 다른 초선 의원 역시 "내부에서도 이 대표와 연결된 정 실장이 구속되면 당 대표가 무너지고, 당이 위험해진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다만, 빠져나오기 힘든 강력한 물증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응 방식이나 노선을 놓고 의원들이 이견을 드러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