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의 한 중고차매매단지에서 맞닿아 있는 주거지전용주차장에 판매용 차량을 주차해두고 있다. 정혜린 기자 주차난 해소를 위해 세금을 들여 조성한 부산의 한 주거지전용 주차장을 지역 중고차 판매단지가 점용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을 없애는 효과가 있었다며 상황을 눈감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주거지전용 주차장 21면에 판매용 중고차 수십 대 보관
주거지 전용주차 구역은 배정된 차량만 주차할 수 있지만 해당 업체에서는 판매용 차량을 세워두고 있다. 정혜린 기자평일 오후 부산 사상구 A 중고차매매단지 인근 주거지전용 주차장. 도로 한쪽에 조성된 주차장에 각종 차량이 빼곡하게 세워져 있었다. 도로를 따라 길게 주차면을 그려 놓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한 면에 여러 대의 차들이 앞부분만 걸친 채 주차 중이었다.
세워 둔 차량 내부에는 차량 연식과 주행거리, 판매자 연락처가 적힌 종이가 꽂혀 있어 일반차량이 아닌 판매용 중고차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전체 21면에 달하는 주차구역에는 이처럼 판매용 중고차량 수십 대가 세워져 있었다.
주거지전용주차장에 세워 둔 차량에는 차량 연식과 주행거리 등 판매 정보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어 판매용 차량으로 보였다. 정혜린 기자이 가운데 주차권을 부착한 차는 단 한 대에 불과했다. 사상구의 주거지전용 주차창 운영지침에 따르면 해당 차량 한대를 제외한 모든 차량이 부정 주차에 해당해 견인 대상인 셈이다.
주거지전용주차장은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나 직장인을 위해 구청이 공공예산을 들여 조성하고 관리하는 시설인 만큼, 이 곳에 판매용 중고차를 세워 두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A중고차매매단지 관계자는 "단지에 입점한 업체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주차면을 배정받아 개인 차량을 세워두는 것으로 안다"며 "주차권은 구청에서 처음 신청할 때부터 발급해주지 않은 것 같다"며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민원 사라졌으니 괜찮다" 단속 책임 지자체는 오히려 부정 주차 조장
부산 사상구청. 사상구 제공사상구는 지난 2010년 해당 주거지 전용 주차장을 조성했다. 당시 A매매단지 주변 도로는 판매용 차량은 물론 일반 차량까지 불법주차가 만연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구청은 고민 끝에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소하겠다며 구청 소유 부지를 주거지 전용 주차장으로 지정했다.
문제는 공공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주거지 전용 주차장을 지역 주민이 아닌 A매매단지 관계자들에게 배정했다는 점이다. 이후 A매매단지에서는 10년 넘게 해당 주거지 전용 주차장을 판매 차량 보관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상구가 규정에 따라 주민들에게 주차면을 공급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법 주정차 민원을 줄이기 위해 민간 사업자들에게 구유지를 내준 셈이다.
심지어 주거지 전용 주차장 조성 이후 "주차 관련 민원이 줄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편의주의적 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상구 관계자는 "해당 주차구역을 모두 중고차단지 직원들이 배정 받아 일부 규정에 맞지 않게 사용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구역은 주거지가 아니라 주차 수요가 많지 않은 데다, 주차 구역에 대한 민원도 발생하지 않아 단속을 따로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