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한국형 원자력발전소 APR1400을 폴란드에 수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이 현지 부지 조사를 진행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한수원과 폴란드 민간 발전사 측은 연말까지 원전 건설에 필요한 소요예산과 자금조달 방식 등 실질적 논의를 완료하기로 한 상태라 협상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의 폴란드 민간 원전 수출 프로젝트가 본격 탄력을 받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9일 신규원전 부지인 퐁트누프 발전소를 방문해 폴란드 민간 발전사인 제팍(ZE PAK) 실무자들과 함께 부지 조사를 했다. 원전 운영의 전제 조건인 냉각용수량과 전력망, 환경 등 부지 적합성을 확인하고 솔라쉬 제팍 회장과 만나 협력방안 등도 논의한 것이다.
폴란드 현지에서 한국형 원전을 소개하는 행사도 열렸다. 한수원과 폴란드 전력산업협회 등은 공동으로 지난 10일(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 쉐라톤 그랜드 호텔에서 APR1400 공급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폴란드 정부와 사업 관계자, 현지 공급사 등 약 200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우리 측 한전기술과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 팀코리아는 우리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기업 간 분야별 회의에선 우리나라와 폴란드 원전 관련 기업들이 상호 협력 분야를 협의하고 인적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팀코리아는 폴란드 현지 13개 공급사들과 기자재 공급 및 운영정비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한수원 관계자는 임훈민 주폴란드 대사와 함께 폴란드 야체크 사신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과의 회동에서 원전 프로젝트를 논의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소재 더플라자 호텔에서 산업부 이창양 장관과 폴란드 사신 부총리는 민간 원전 건설 관련 MOU를 체결했다. 퐁트누프 지역에 건설을 구상 중인 원전은 '폴란드 에너지정책 2040'에 포함된 정부주도의 원전계획을 보완하기 위한 사업으로 석탄발전소 철거 후 해당 부지에 짓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한수원과 폴란드전력공사(PGE), 폴란드 민간발전사 제팍은 협력의향서(LOI‧Letter of Intent)를 교환하기도 했다. 이번 민간 원전은 1기당 1400MW 규모로 최소 2기에서 많게는 4기까지 건설하기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지난 2009년 약 21조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최대 규모로, 계약이 성사될 경우 유럽 시장 진출은 처음이라 국내에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양국 사업 진행 상황이 아직 협력의향서 교환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정식 계약서를 체결하기 전까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로 한수원과 제팍, PGE 등 3개 회사는 협력의향서 교환 당시 올해 말까지 공사비, 자금조달 방법 등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만 발표했기 때문이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정부의 원전 수출 노력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라 협력의향서 단계에선 이것을 '원전 수주'로 보긴 어렵다"며 "부지 적합성이나 수익성 등을 두고 양측이 협상을 진행하다가 파기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아직 수출이 확정됐다고는 볼 수 없고, 다만 체결 가능성은 높은 상태"라고 했다.
폴란드 민간 원전 건설에 필요한 전체 예산과 자금 조달 방안(파이낸싱), 수익성 등 원전 사업에 중요한 부분들이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다. 실제로 이창양 장관도 지난달 31일 MOU 체결식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구체적으로 향후 수익을 얼마나 거둘지에 대해선 지금 언급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원전 계약이 체결될 경우, 유럽 시장 진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중앙대 정동욱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때, 비록 지금 당장 수익성은 좀 낮아도 여러 전략적 측면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폴란드 입장에서도 우리나라 원전만큼 완성도와 경제성이 높은 원전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과기대 유승훈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계약이 성사된다면 우리나라 원전 기업들은 일감 확보와 함께 체코 등 인근 유럽 국가들에 대한 판로 개척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