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핼러윈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경찰 수사가 본격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오늘 경찰청장, 서울청장, 용산경찰서장 집무실 등 55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는데요.
윗선 책임을 규명할 수 있을지 결국 '제 식구 감싸기'나 '꼬리 자르기' 아닐지 경찰 수사 향방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 수사 상황, 내부 분위기 등을 경찰청에 나가 있는 사회부 박정환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박 기자,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오늘 대거 압수수색에 나섰네요.
[기자]
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오늘 오전 10시부터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등 4개 기관 총 55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습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 집무실이 포함됐고요.
늑장 조치 논란을 빚은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습니다.
[앵커]
광범위한 압수수색인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기자]
특수본은 지난 2일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미 했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서울청 112종합상황실이나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처럼 실무 부서의 대응 자료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112상황실장실, 정보, 경비부장실처럼 책임자와 관련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건데요.
특히 주목해 볼 점은 경찰청장과 서울청장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입니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책임자들의 대응 조치를 파악하는 게 수사가 윗선으로 뻗어가기 위한 첫 단추로 보입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한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앵커]
그런데 특수본이 꾸려진지 벌써 며칠이 지났잖아요. 왜 이제야 지휘부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건가요.
[기자]
특수본은 참사 나흘 만인 지난 2일 꾸려졌는데요. 출범 직후부터 바로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당시에는 청장, 서장 집무실 등이 빠져서 '봐주기 수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특수본 설명으로는 당시에는 수사 초기였기 때문에 확실하게 제기된 의혹만을 살펴보다 보니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때 집무실이 빠졌다고 하는데요.
물론 수사 초기를 감안하더라도 빠른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긴 합니다.
[앵커]
향후 수사가 경찰청장, 서울청장 등 윗선까지 제대로 뻗어갈 수 있을까요. 의구심을 갖는 여론도 상당한데요.
[기자]
일단 특수본은 '성역없는 수사'를 강조했습니다. 오늘 강제수사 역시 이러한 의지를 보였다는 분위기고요.
경찰 내부에선 여러 위기감이 감지되기도 하는데요 온 국민이 주목하는 수사라는 점 뿐만 아니라 경찰 책임론이 강하게 대두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을 질타한데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도 오늘 국회 정책질의에서 한 마디 했는데요. 잠시 발언 들어보시죠.
한덕수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윤창원 기자[한덕수 국무총리]
전혜숙 의원 "우리 청년들이 6시 34분에 국가는 없었다며 정부의 책임을 묻기로 시작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용산 쪽의 치안을 담당하는 분들이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분명히 국가는 없었던 것이죠"
수사를 마치고 나서는 어찌됐건 경찰 책임자, 지휘부에 대한 인사 조치가 불가피한데요.
경찰 내부에선 지금 수사를 철저히 하지 못한다면 책임론이 더욱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인식하는 기류입니다.
[앵커]
경찰도 문제이긴 한데 행정안전부나 소방 쪽으로는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오늘 압수수색 대상을 보면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용산소방서 용산구청 등은 포함이 됐는데요.
정작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행정안전부는 대상에서 빠진 상태입니다.
[앵커]
용산소방서장은 참사 당시 브리핑에서 손을 떨면서 설명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죠. 행안부 관계자는 빠진 반면, 서장은 입건된 부분에 대해 이해가 안된다는 여론이 많은데요.
[기자]
특수본은 용산소방서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한마디로 업무상 과실로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했다는 겁니다.
특수본 설명을 들어봤는데 사고 발생, 접수된 경찰 공동대응 요청, 119 신고에 대한 처리가 적절했는지 구조 활동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 결과 혐의점이 있다고 봤다는데요.
그만큼 대응이 늦었고 구조 활동에서 미흡함을 드러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수사 초기 단계라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앵커]
행안부 관계자 입건은 언제쯤 될까요.
[기자]
특수본은 법리 검토 후 행안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도가 다소 늦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전망입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도 재난 대응의 총 책임 기관은 행안부와 소방이고 경찰은 지원 기관이기에 책임을 정확히 물어야 한다는 일부 지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CCTV에 찍힌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모습. 연합뉴스[앵커]
앞으로의 수사, 관건은 무엇일까요.
[기자]
특수본은 우선 관할 지역의 1차 치안 책임자인 이임재 전 용산서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차량 정체로 관용차에서 1시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차량에 내리고 나서는 뒷짐을 지고 걷는 모습이 포착돼 여론의 공분을 샀는데요.
특수본은 기초 조사를 마치는 대로 빠르게 이 전 서장을 소환조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밖에 용산경찰서 내 인파 문제를 경고했던 정보과 문서가 상급자 지시에 의해 삭제됐고 이후 회유했다는 의혹도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특수본은 경찰 수뇌부에 대한 휴대전화도 압수수색해 당시 대응을 들여다 볼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의 수사 상황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찰청에서 CBS뉴스 박정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