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천안지원. 인상준 기자"피해자와 자연스럽게 맺게 된 관계였습니다"
충남 천안에서 10여 년 동안 자매를 성폭행한 학원장의 선고공판이 9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열린다. 학원장은 최후 진술에서도 자신과 피해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강제성이 없다고 항변했는데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9)씨는 6차례에 걸쳐 진행된 재판 내내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지위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마지막 재판에서 발언기회를 얻자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뉘우치는 듯 했다.
A씨는 지난달 19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경찰에 체포되기 전까지 수년 간 불안과 고통 속에 살았다. 지금도 교도소에 있으면 왜 여기에 와 있는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들이 자신이 하지 않은 일까지 진술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제가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달게 처벌을 받겠다"면서도 "하지만 제가 하지도 않은 것을 했다고 하거나 존재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고 해서 힘들었다. 제가 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주장했다.
A씨는 피해자와의 성관계가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는데 처음에는 학생들을 성적 대상으로 대하지 않았다"며 "주말에 1대1로 가르치는 환경이 만들어져 저도 모르게 나쁜 행동을 하게 됐고, 피해자가 싫다고 했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장은 "피해자와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은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의 혐의는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일관된 진술을 하는 피해자들이 엄벌을 희망한다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동의했다고 하지만 피고인이 평소 학생들을 교육하는 방식이 체벌이나 무시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을 볼 때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없다"면서 "교육자로서 장기간 학생들을 성적으로 유린하고 어린 제자와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의 성관념이나 도덕성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앞서 A씨에 대한 선고공판은 7일 오후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럽게 9일 오전으로 연기됐다. 연기된 사유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A씨는 지난 2010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11년에 걸쳐 학원에 다니는 자매 2명을 성폭행하고 또 다른 학원생 2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기간 A씨가 저지른 범죄는 1천여 차례 이상인 것으로 드러나 공분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