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발생한 서울 중구 동대문시장 통일상가의 14일 모습.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위기 속에 내년 한국 경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특히 경기 둔화의 주된 원인인 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경기 상황이 회복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불황 장기화에 민간부터 1%대 성장 전망…정부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할 듯
황진환 기자
최근 국제기구와 정부 관계부처 등에서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2% 초반으로 보고 있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은 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를 예상한 바 있다. 또 한국은행은 2.1%,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3%를 전망했다.
하지만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1%대 성장률을 예상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1.9%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를 내다본다고 밝혔다. 세계 3대 신용평가 기관 중 한 곳인 피치(Fitch)도 1.9%를 전망치로 제시했다.
최근 한국 경제가 1%대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였던 상황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5.1%,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0.8%, 2020년 코로나19 위기로 -0.7% 등 대형 위기 변수가 닥쳤을 때 뿐이다.
시간을 거슬러 1980년 오일쇼크 당시 1.6% 감소했던 때까지 감안해도, 위의 4개 시점 외에는 최근 50여 년 동안 1%대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였던 적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다음 달 경제정책방향과 함께 공개할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예상치를 하향 조정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1%대로 낮춰잡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행 역시 이달 말 내놓을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1%대로 낮춰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高금리 계속…대출금리 9%대 시대 올까
스마트이미지 제공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이 더 어두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1차 요인은 갈수록 말라붙어 가는 수출길에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5.7% 감소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당분간 수출이 증가로 반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경기 하강과 중국 봉쇄 등으로 전 세계 교역이 둔화될 뿐 아니라, 특히 우리나라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단가가 급락하는 등 글로벌 IT경기가 위축된 것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의 '3고 위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을 단행하며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차이가 1%p로 벌어진만큼, 한국은행도 다시 한 번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기존 예상을 뛰어넘어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오를 기세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1~2일(현지 시간)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면서 "이제 금리 인상 속도보다는 최종 금리 수준과 지속 기간이 중요하며, 이전 예상보다 최종 금리 수준은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기존 예상보다는 천천히, 하지만 더 높은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준금리도 4%대로, 대출금리는 8%를 뛰어넘어 9%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가 오르면서 최근 2~3년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급증한 우리 가계·기업의 부채 문제가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 번 빅 스텝을 단행할 때마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는 각 6조 5천억 원, 3조 9천억 원씩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는 109.21로 전년동기 대비 5.7% 올랐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평균 물가 상승률도 5.1%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5%대 연간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금리와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부담이 커지면서 그만큼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고, 수출과 내수 모두 말라붙으면 고용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추락했던 고용은 그 기저효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내년 경기하강과 올해 상승분의 역기저 효과를 고려하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여기에 '저출생·고령화'까지 겹쳐 취업자 수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79만 1천 명에서 내년에는 8만 4천 명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이 급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