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B '랜서' 전략폭격기(왼쪽). 오른쪽은 북한 미사일 발사 장면. 연합뉴스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가 5년 만에 한반도로 전개돼 5일까지 진행되는 '비질런트 스톰' 한미연합 공중훈련에 참가한 사실이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B-1B 폭격기 2대가 이날 한반도로 날아와 한국 공군 F-35A 4대, 미 공군 F-16 4대와 함께 비질런트 스톰 훈련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인 B-1B가 한반도에 전개하여 비행한 것은 지난 2017년 12월 이후 처음이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한미연합 방위능력과 태세,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공약 이행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B-1B 폭격기는 B-2, B-52와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B-2와 달리 스텔스 폭격기가 아니고 핵무기 탑재 기능도 제거됐지만 폭장량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 유달리 큰 것으로 유명한 B-52보다도 폭탄을 많이 실을 수 있다.
이 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된 것은 2017년 12월 비질런트 스톰 훈련의 전신인 '비질런트 에이스' 당시가 마지막이다. 2018년에는 북미 비핵화 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이 한국에 전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항공모함이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위해 다시 전개됐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이후 항공모함 전개를 이유로 북한이 단거리(SRBM)는 물론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까지 발사한데다, 동서해 완충구역 내 포병사격으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고 군용기를 수십 대 띄워 시위성 비행을 하는 등 엄중한 상황이 한 달 넘게 계속되고 있다.
10월 31일부터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시작되자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과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담화로 이를 비난함은 물론, 11월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했다.
따라서, B-1B 폭격기가 5년만에 한국에 전개된 일은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전략자산 전개로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은 훈련 마지막 날인 11월 5일 오전에도 SRBM을 쏘며 훈련 연장에 대해 반발했다. 합참은 B-1B 전개 사실을 공개하면서 "우리 군은 오늘(5일) 오전 11시 32분쯤부터 11시 59분쯤까지 북한이 평안북도 동림 일대에서 북한 서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을 포착했다"고 함께 밝혔다.
비행거리는 130km, 고도는 20km, 속도는 마하 5 정도로 탐지됐는데 이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중에서도 비행거리와 고도가 굉장히 짧은 편이다. 북한이 3일 밤에 쏜 구형 스커드 계열 액체연료 탄도미사일을 또다시 쐈을 가능성도 있다. 또 최근 들어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북한식 표현)의 구경이 커지고, 유도장치까지 탑재되면서 이를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이라 분류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 군은 SRBM으로 분류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연합뉴스전날(4일) 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성명을 내 비질런트 스톰 연합훈련 중단을 재차 요구하며, 훈련 연장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 소집에 대해 '주권국가의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염원에 대한 파렴치한 도전'이라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무력의 군사훈련은 적대적 도발행위에 대한 응당한 반응이며 행동적 경고"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의 자주권과 안전이익을 침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그 어떤 기도에 대해서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력대응으로 대답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명백히 천명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기존에 흔히 나오던 '담화'가 아닌 '성명'으로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되며, 따라서 군 또한 대비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북한의 동향을 추적감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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