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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병 모으면 생수 준다…재활용 책임 나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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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생수 업체, 빈 페트병 직접 방문 회수…신발·옷 제작
즉석밥 용기도 선물세트 포장용기로 재탄생
소비자·지자체 도맡던 재활용, 이제 생산 기업도 책임져야

음료를 다 마시고 남은 빈 병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주류를 담았던 빈 유리병은 가까운 동네마트에서 공병 보증금제도를 이용하면 되지만 페트병은 재활용 쓰레기로 분리배출 했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버리는 페트병까지 가가호호 방문하며 직접 회수하는 기업이 등장했다. 제품의 생산과 판매는 물론 폐기되는 과정까지 책임지는 기업 사례들이 늘어나 눈길을 끌고 있다.

"생수 배송하면서 이렇게 칭찬 받기는 처음" 

생수 생산업체 스파클은 2019년 9월부터 지금까지 '빈병 회수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회사 제품의 2L 짜리 빈 병을 24병 이상 모으거나 500ml 빈 병을 40병 이상을 모아뒀다가 다음 제품을 주문할 때 '페트병 회수'라고 표기하면 가까운 대리점에서 직접 회수해가는 방식이다. 이때 업체는 2L 생수 1병을 증정해준다. 공병 보증금제와 유사하지만, 소비자가 아닌 가까운 대리점이 직접 방문 회수한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성격을 띤다.  

이렇게 모아진 빈 페트병은 상태가 좋은 1등급 무색 페트병만 추려서 섬유 원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 데 쓰이는 폐페트병은 2L 짜리 5병. 가방, 신발과 같은 제품으로도 재탄생한다.

스파클은 2018년부터 빈병 회수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폐페트병을 수거하고도 어떻게 후처리해야 할지 몰라 전량을 폐기하기도 했다. 그러다 국내 한 업체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폐페트병을 수입해 의류용 원사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2019년 본격적으로 '재활용'을 위한 수거에 나섰다. 이후에는 합성섬유 제조업체인 티케이케미칼과 협약을 맺고 리싸이클 원사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방문 회수 서비스를 시작했던 첫 달에는 회수되는 폐페트병 양이 3t에 불과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은 30배에 달하는 90여t이 회수되고 있다. 판매되는 생수병 대비 회수율이 15%에 그치지만 올해는 30%까지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파클 유경모 전무는 "처음에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했지만 소비자들의 참여와 반응이 커서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인식과 소비자들의 환경보호 의식을 올린다는 점에서 자긍심이 크다"고 강조했다.
 
'빈 병 주면 한 병 주는' 회수 서비스를 하고도 영업이익이 남는지를 묻자 유 전무는 전국에 400여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라면서도 "매달 돈이 더 들어간다"고 전했다. 빈 병을 되팔아서 버는 돈은 대리점에 모두 주고 소비자에게 사은품으로 주는 생수 한 병 값과 물류 이송비, 빈 병 압축 비용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는 유 전무는 "대리점 사장님들도 생수를 배송하면서 이렇게 칭찬을 많이 들어본 건 처음이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주문 후기에는 "환경을 위해서 아주 조금의 양심적인 행동을 취하고 있다", "생수를 마시면서 플라스틱 배출이 많아서 환경오염이 걱정스러운데 이벤트에 처음부터 참여하면서 조금은 무거운 마음을 덜었다", "빈병을 모으면서 부피를 차지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나의 작은 번거로움이 환경보호에 일조한다면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나는 곧바로 빈 병을 모았다"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스파클은 이외에도 배송량이 적은 농촌 지역 등에 무인점포를 두고 회수 바구니를 설치하거나, 숙박 업체, 여행 플랫폼 등과 연계해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유 전무는 "앞으로는 생수병을 녹여 만든 PET 칩으로 다시 생수병으로 탄생시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면서 "내년부터는 기업 내에서의 자원 순환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이며, 이러한 환경 실천이 곧 회사의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생수업체 스파클은 생수를 배달하고 소비자가 모아놓은 빈 병은 회수하고 있다.  스파클 제공 생수업체 스파클은 생수를 배달하고 소비자가 모아놓은 빈 병은 회수하고 있다. 스파클 제공 

"즉석밥 용기를 넣어주세요" 마트 곳곳 수거함 눈길

즉석밥을 판매하는 CJ제일제당도 폐용기 회수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해마다 발생하는 즉석밥 폐용기는 5500t. 이를 재활용하기 위해 지난 1월부터는 '지구를 위한 우리의 용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롯데마트와 각각 협약을 맺고 전국 90여 곳 매장에 햇반 용기 전용 수거함을 설치하는 한편, 폐용기 20개 이상을 전용 수거 상자에 담고, QR코드로 수거 신청을 하면 택배기사가 방문 회수해가는 기획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수거된 용기는 지역 자활 센터에서 분리와 세척 과정을 거쳐 플라스틱 원료로 재탄생한다. 즉석밥 용기는 분리배출 표시가 OTHER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재활용이 안될 거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실제 원료의 95%가 폴리프로필렌(PP)이라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CJ제일제당 측의 설명이다.
 
지난 추석에는 명절 선물세트 포장재 원료로 쓰이기도 했다. 현재는 자사 제품의 트레이를 만드는 수준이지만 이후에는 활용도를 높이는데 주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즉석밥 용기 수거함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져 유통업계와 추가 협의를 하는 단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즉석밥 용기도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재활용 순환 캠페인이 확대돼 자원 순환 플랫폼이 구축되고 있다"며 "재생원료 활용의 다각화, 즉석밥 용기 분류 시스템 개선 등이 이루어져 즉석밥 용기 100%가 재활용되는 '선순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설치된 햇반 용기 전용 수거함에 용기를 넣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소비자가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설치된 햇반 용기 전용 수거함에 용기를 넣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생산자책임재활용제… 기업의 적극적인 도입 필요  

과거에는 기업이 제품의 생산과 유통, 판매까지를 도맡았다면 최근에는 폐기되는 자원에 대한 재활용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 책무가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를 의무화하기 위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2003년 도입됐다. 생산자인 기업은 제품과 포장재 폐기물의 일정량에 대하여 재활용 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 부과금을 내야 한다. 폐기물 처리 역할이 소비자와 지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에도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재활용 의무 대상 품목은 종이팩, 금속캔, 유리병과 같은 포장재군과 윤활유, 전지류, 타이어, 형광등 등의 합성수지포장재 제품군, 필름류 제품 5종 등이다. 규제 품목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한계는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자 책임이 제품 및 포장재 재활용에만 국한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기업들의 친환경 캠페인은 재활용에 대한 인식 전환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 등의 규제가 마련되면서 이전에 비해 쓰레기 문제에 기업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포장 재질 구조 개선, 친환경 재생원료 사용 확대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친환경 재생원료 개발은 생산자의 수요가 있어야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는데 국내 기업들은 원가 절감을 위해 재생원료를 선택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움직인다"고 꼬집었다.
 
또 홍 소장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재활용 되지 않아 일반 쓰레기로 처리 됐을 때의 비용은 재활용 선별업체의 책임인데, 이것 또한 생산자가 부과하는 방식으로 바뀌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콘텐츠 <쓰레빠>와 관련 기사는 전라남도 동부지역본부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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