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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사원상 수상자도 해고하는 순천만잡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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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가 잡월드 위탁업체와 계약 해지하고 직원들 직접 고용이 해결책"


신정화 지회장(왼쪽)이 해고 통지문과 우수사원 상장을 동시에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고영호 기자신정화 지회장(왼쪽)이 해고 통지문과 우수사원 상장을 동시에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고영호 기자
"제가 순천만잡월드 2022 하반기 우수사원으로 선정돼 8월에 상장까지 받았는데 설마 해고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4일 오후 1시 순천시 해룡면 순천만잡월드 정문 앞.
   
따사로운 낮 햇살이 비치면서도 거센 바람 탓에 체감온도는 10도 이하를 기록하면서 순천만잡월드 노조 조합원들의 타들어가는 가슴만큼이나 냉랭했다.
   
근무시간을 피해 점심시간에 나온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전남지부 순천만잡월드지회 신정화 지회장(청소년체험관 강사)은 이날 '순천만잡월드 구조조정 정리해고 분쇄, 관리감독 순천시가 엉망이다 위탁업체 계약해지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처지를 말하다가 끝내 눈물을 글썽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4일 회사 측으로부터 계약 만료 통지를 받았다.

이날 신 지회장은 '근로계약 만료 통지문'과 우수사원 상장을 동시에 들어보이며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순천만잡월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정리해고 즉각 중단 현수막을 들고 있다. 고영호 기자순천만잡월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정리해고 즉각 중단 현수막을 들고 있다. 고영호 기자
'순천만잡월드 순천지점' 정형태 대표 명의의 통지문에는 "경영사정 악화로 재계약하지 못해 이해해 달라"며 "2021년 11월 28일 근로계약을 체결해 2022년 11월 27일 만료돼 비록 단기간이었지만 회사 일원으로 애써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이 써있었다.
   
신 지회장이 "평소 맡은 바 업무를 성실히 하고 타의 모범이 돼 회사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다"며 "임원 이하 모든 부서원들의 뜻을 모아 상장을 드리니 앞으로도 많은 이들의 귀감이 돼 달라"고 우수사원 상장을 받은지 불과 3개월 만의 일이다.
   
2021년 10월 16일 개관한 순천만잡월드를 순천시에서 위탁 받은 (주)드림잡스쿨은 전체 직원 60여 명 중(노조 조합원은 45명) 강사 등 20명을 경영상 이유로 정리해고할 방침이다.

순천만잡월드 정리해고 반발과 순천시에 위탁업체 계약해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고영호 기자순천만잡월드 정리해고 반발과 순천시에 위탁업체 계약해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고영호 기자
노조 측은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제시한다면 사측의 의견대로 휴관과 단축근무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협의해 올해 1~2월처럼 근무하겠다고 했지만 사측은 협의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순천만잡월드 체험 인원은 현재도 많이 몰리고 있으며 이달 1일에는 신규채용도 한 상태인데 긴박한 경영상 이유라고 하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의 열악한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조합원은 "일터에서 안정적으로 근무해야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질 높은 서비스가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며 "정작 자신의 직업은 불안정한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잡월드를 마음 편하게 소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노조는 "순천시가 감독 소홀로 운영미숙인 위탁업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이런 사태를 더욱 키운 책임이 크다"며 "순천시가 위탁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4일 오후 순천만잡월드 1층이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고영호 기자4일 오후 순천만잡월드 1층이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고영호 기자
반면 순천만잡월드 측은 경영악화로 인한 적자구조여서 해고가 불가피하고 일축했다.
   
순천만잡월드 관계자는 "2~4월까지 오미크론 영향으로 한 달 매출이 2천만 원~3천만 원에 그쳤고 현재 순수익 정산 결과 1억 3천만 원 적자"라며 "순천시에서 주는 보조금은 전체 인건비에 못 미치는 금액이고 수익으로 벌어서 운영해야 상황이기 때문에 자구책으로 지출이 가장 큰 인건비를 줄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2개월 무급 신청자를 받았으나 아무도 응하지 않는 등 해고를 피하기 위해 회사에서 최대한 노력해온 과정이 있었다"며 "직원들은 1년 단위 계약으로 계약만료인데 정리해고라는 표현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이태원 참사로 체험학습이 취소되는 등 돌발 변수가 생기기도 해 열심히 영업하는 등 노력한다고 해서 되지 않는 수도 있다"며 "많이 회복되기는 했지만 적자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수준을 만회하기 위해 자격증 수당 등을 도입했지만 직원들의 수당 인상 요구 등이 계속돼 난감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순천만잡월드 1층. 고영호 기자순천만잡월드 1층. 고영호 기자
한편, 위탁업체와 계약을 통해 3년간 34억 원을 지원하는 순천시는,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순천만잡월드 노조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에 한 발짝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조태훈 순천시 일자리경제국장은 "순천시와 일부라도 연관이 있는 '대행업체'와 달리, '위탁업체'는 순천시의 의지와 무관하게 위탁업체에 계약기간인 2년간 모든 책임과 권한·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국장은 "위탁업체와 직원들간 소통 부족의 문제로 본다"며 "사전에 서로 이해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데 일방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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