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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연수에 그랜드캐년은 왜?"…양산시의회 미국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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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7박 9일 일정 유명 관광지 다수 포함…외유성 지적
서민 경제 힘든데…코로나19 전보다 100~200만 원 경비 더 지출
여행사에 경비도 미리 내버려…심사위원회 "요식행위 무슨 의미"
정의당 양산지역위원회…"외유성 해외연수 사과하라" 촉구
비판 안 받으려면…여행사 아닌 전문성 갖춘 연수기관 선정해야
양산시의회 의장 "관광 목적 아닌 해외 선진 정책 배우러" 해명

올해 양산시의회 공무국외출장 계획서 일부. 독자 제공올해 양산시의회 공무국외출장 계획서 일부. 독자 제공
경남 양산시의회가 의회 출범 3개월 만에 미국에 7박 9일 일정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연수 일정에는 대부분 여행사에서도 여행 상품으로 내놓은 유명 관광지가 다수 포함돼있어 해외연수를 빙자한 시의원들의 해외여행에 세금을 낭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시의회는 관광이 아닌 시정 아이디어 제공차 갔다는 입장이다.

미국 서부 7박 9일 일정 유명 관광지 다수 포함…외유성 지적


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양산시의회 소속 전체 의원 19명 중 16명과 직원 6명이 지난달 17일부터 25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미국 서부에 해외연수(공무국외출장)를 다녀왔다. 시의회는 출장 목적으로 미국의 선진 폐기물 처리시설과 노인복지정책 등 관련된 시설 탐방과 비교 시찰을 통해 벤치마킹을 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계획서를 담았다. 경비는 시의원 1인당 많게는 560만 원, 적게는 480만 원으로 책정, 같이 가는 직원들까지 포함해 모두 1억여 원이 들었다.

그런데 양산시의회가 다녀온 7박 9일 해외 연수 일정을 보면 절반 정도가 유명 관광지로 파악된다. 연수 3일차 그랜드 캐년, 4일차 브라이스 캐년, 자이언 캐년, 6일차 요세미티 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이들 관광지는 대부분 여행사에서 매번 추천하는 미국 서부 여행 패키지 코스에 빠지지 않는다.

취재진이 유명 여행사의 7박 9일 미국 서부 여행 패키지 상품을 살펴 보니 4대 캐년으로 자이언 캐년, 브라이스 캐년, 그랜드 캐년, 엔텔롭 캐년을 꼽고 있다. 또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포함돼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4대 캐년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미국 서부 여행 패키지에 빠지지 않는 필수 코스"라고 밝혔다. 유명 관광지가 다수 차지한다는 점에서 외유성 해외연수라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모 유명 여행사 미국 서부 여행 상품. 이형탁 기자모 유명 여행사 미국 서부 여행 상품. 이형탁 기자

서민 경제 힘든데…코로나19 전보다 100~200만 원 경비 더 지출


이번 해외연수는 외유성 문제뿐 아니라 경비도 과거에 비해 과다 지출된 문제도 있다. 지난 2019년 공무국외출장 계획서(해외연수)와 공무국외출장 보고서를 보면 양산시의회 소속 의원 7명과 직원 3명은 주거복지 벤치마킹 등의 목적으로 오스크리아, 체코, 독일 3개국을 같은해 10월 16일부터 25일까지 8박 10일간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의원들에게는 1인당 340만 원이 출장 경비로 지급된다고 적혀있다.

올해 시의원 1인당 경비는 이 같은 내용의 마지막 해외 연수(2019년)에 비해 100~200만 원 정도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코로나19 감소세라 하더라도 서민 경제가 힘든 시기에 이처럼 혈세를 낭비해야만 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행사에 경비도 미리내버려…심사위원회 "요식행위 무슨 의미"


이번 시의회는 또 여행사에 경비를 미리 내버려 해외연수를 사전에 심의·심사하는 심의회 기구를 무력화하기도 했다. 지난달 4일 기록된 양산시의회 공무국외출장 심의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시의회는 심의회가 열리기 전에 이미 모 여행사와 해외연수와 관련한 계약을 하고 경비를 지불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심의회 위원들(7명 전원) 일부도 내부에서 "요식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심사위원회가 해외 연수에 대한 가결과 부결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서 이미 시의회가 여행사와 계약을 해놔 심리적으로 부결하기에는 어려웠던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양산시의회 해외연수 일부 자료. 양산시의회 제공2019년 양산시의회 해외연수 일부 자료. 양산시의회 제공

정의당 양산지역위원회…"외유성 해외연수 사과하라" 촉구


정치권은 이에 양산시의회가 외유성 해외연수를 다녀왔다며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양산지역위원회는 "법적으로 보장되고 예산이 배정된 국외출장을 무작정 가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며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정도의 자연환경을 방문하는 것이 양산시에 무슨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손용호 정의당 양산시지역위원회 비대위원장은 "양산시의원들은 이번 외유성 해외연수에 대해 사과하라"면서 "유명 관광지를 3일 동안 다녀온 16명의 시의원들은 이번 해외출장에서 무엇을 보고 배웠는지 양산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소상히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비판 안 받으려면…여행사 아닌 전문성 갖춘 연수기관 선정해야


매번 반복되는 이 같은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에 대한 지적은 한 두 해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대안으로 지방의회가 관광지 위주의 여행사를 선정할 게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의회연수 기관을 법적으로 보장해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동명 선진지방자치연수원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여행사는 주요 상품이 관광지이기에 아무리 연수 목적으로 테마를 짠다고 하더라도 다소 연수 목적과 다르다는 한계가 있다"며 "반면에 의회연수 전문기관은 해외기관이나 통역사 등의 섭외에 있어 전문성을 갖고 있으므로 전문기관을 권고하거나 강제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야만 반복되는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산시의회. 이형탁 기자양산시의회. 이형탁 기자

양산시의회 해명…의장 "관광 목적 아닌 해외 선진 정책 배우러"


양산시의회는 이에 대해 단순한 관광 목적이 아니라 미국의 선진 정책을 배우고 시정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위해 다녀왔다는 이유 등으로 외유성 연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종희 양산시의회 의장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해외 선진 정책을 배우기 위해 여러 국가를 생각했으나 우크라이나 등 유럽은 현재 전쟁이거나 근처에 위험 요소가 있어 미국을 선택했다"며 "실제로 미국에 가서 여러 정책을 배우고 양산 시정에 제공할 아이디어를 갖고 왔고, 결코 관광 목적이 아니다"고 밝혔다.

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사전 심사위원회 유명 무실 지적과 관련해 "심사위원회 절차에 문제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시간상 빨리 예약을 해야 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내년 해외출장에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잘 검토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 비해 경비가 많이 들어간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환율이 오른 점 등을 감안해야 하고 항공료 운임비가 많이 차지했다"고 밝혔고, 여행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회전문 연수기관도 접촉했으나 경비 등이 비싸 검토 단계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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