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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에 불어닥친 '2차 핑크 물결'…美中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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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시민들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실바(77)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 행진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브라질 상파울루 파울리스타 대로에서 시민들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실바(77)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 행진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승리로 중남미에 '제2차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완성되면서 미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내심 기대를 갖는 분위기다.

'2차 핑크 타이드'는 지난 2018년 멕시코에서 좌파 대통령이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에서 잇따라 좌파 지도자가 선출되면서 시작됐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미(美) 우방국이자 '우파의 보루'였던 콜롬비아마저 게릴라 출신인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을 배출했다.

여기다 룰라의 입성으로 사상 최초로 중남미 주요 6개국 모두에 좌파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핑크 타이드'란 20세기 냉전 시대, 소련과 동구권 유럽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의 연합을 지칭했던 '레드 타이드(red tide)'와는 달리 중남미에서는 극단적이지 않고 온전한 사회주의가 나타날 것이라는 뜻을 담아 '레드'보다는 붉은 기운이 덜한 '핑크'로 이름 붙여진 것이다.

'2차 핑크 타이드' 완성은 전통적으로 중남미를 자신들의 '텃밭'으로 여겨온 미국으로선 큰 도전이 될 수도 있다. 룰라가 브라질 외교의 우선 순위를 미국이 아닌 '역내'와 '중국'에 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룰라는 이번 대선에서 중남미 좌파 연대를 외교 공약으로 내세웠다. 여기다 환경·평등 이슈도 접목시켰다. 아마존 난개발 규제를 통한 기후변화 공동 대응과 여성·인권·불평등 해소를 접점으로 주변국과의 연대를 강화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일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룰라의 당선과 관련해 "자유롭고 공정하고 신뢰할만한 선거를 거쳐 차기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며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양국의 협력을 지속하고 함께 일하게 될 것으로 고대한다"고 밝혔다.

'1차 핑크 타이드'의 추억은 현재 '2차 핑크 타이드'가 완성된 시점에서 중국이 내심 기대하는 부분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를 휩쓴 중남미 '1차 핑크 타이드'는 미국이 9·11 테러 등으로 중동에서의 대테러 전쟁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이 대규모 중남미 인프라 투자로 우호 세력으로 등장한 시기와 겹친다.

2009년 6월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첫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서 4개국 정상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당시 브라질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 만모한 싱 당시 인도 총리. 연합뉴스2009년 6월 16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첫 브릭스(BRICS) 정상회담에서 4개국 정상이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 당시 브라질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 만모한 싱 당시 인도 총리. 연합뉴스
과거 룰라의 집권 시기(2003~2010)에 중국과 브라질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등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졌다. 당시 중국은 브라질에 가장 많은 해외 투자액을 쏟아부으며 공을 들였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룰라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나는 중국과 브라질의 관계 발전을 매우 중시한다"며 "룰라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전략적 차원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함께 노력하여 중국·브라질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격상하도록 공동으로 강구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2차 핑크 타이드'가 '1차 핑크 타이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변수다.

'1차 핑크 타이드'의 경우 1990년 초 중남미에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남미 좌파들은 미국에 적대적이고 지역 연대적인 성격이 컸다.

반면 '2차 핑크 타이드'의 경우, 반미라기 보다는 코로나19로 인한 물가 폭등과 보건의료체계 붕괴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팬데믹으로 취약계층이 더 큰 피해를 입게되자 보편적 복지를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서 현 집권세력을 수렁으로 몰아 넣은 것이다.
 
중남미국가들에게도 팬데믹 등으로 망가진 경제를 살려야하는 과제가 있기 때문에 경제 대국인 미국의 입김을 무턱대고 무시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또한 환경·성평등·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국이 중요한 카운터파트이고 여전히 협력할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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