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을 맞이해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30일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이태원 핼러윈 압사' 당일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용이 1일 공개됐다.
경찰청이 공개한 신고 내역은 총 11건으로 참사가 발생한 서울 이태원역 해밀톤호텔 인근 지역에서 112에 걸려온 전화의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18시34분부터 22시11분까지 걸려온 전화들이다.
통화 내용을 보면 다급하게 압사 우려를 전달했으며, 경찰에 대응을 요청했다. 그러나 해당 신고들은 모두 종결 처리됐는데, 결국 참사로 이어졌다. 경찰의 무대응에 대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이 공개한 112신고 접수 녹취록에 따르면 최초 신고는 오후 6시 34분에 이미 이뤄졌다. 신고는 사고가 일어난 바로 그 골목에서 있었다. 신고자는 "골목 사람들하고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 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고 신고했다.
이어 "너무 소름 끼친다. 메인스트리트에서 나오는 인구하고 그다음에 이태원역 1번 출구에 사람들이 다 나와서 그 골목으로 다 들어간다"고 구체적인 상황 설명을 했다.
경찰의 통제도 요청했다. "지금 아무도 통제를 안한다. 이거 경찰이 좀 서서 통제해서 인구를 좀 뺀 다음에 그 다음에 (골목길) 안으로 들어오게 해줘야 한다. 나오지도 못하는데 지금 사람들이 막 쏟아져서 다니고 있다"고 당부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출동해서 확인해 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에 합동감식반이 투입되고 있다. 류영주 기자압사를 우려한 신고는 이어졌다. 오후 8시 9분, 또 다른 신고자는 "인원이 많아 정체가 된다.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진다"고 단속을 요구했다. 이후 20분 뒤에도 "사람들이 길바닥에 쓰러지고 사고 날 것 같다. 통제가 안 된다. 큰일 날 것 같다"는 신고가 재차 들어왔다.
해당 신고자는 영상을 찍어놨다며 경찰에게 보낼 방법을 묻기도 했다. 경찰관은 "112 문자로 (영상을) 보내면 된다. 출동해서 확인해보겠다"고 답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오후 9시가 되자 상황은 더 급박하게 변했다. 신고자들은 "사람이 많아서 압사당할 것 같다", "아수라장이다",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다. 통제해야 한다"고 거듭 신고했다. 또 "여기 진짜 길 어떻게든 해주세요. 진짜 사람 죽을 것 같아요"라고 호소를 했다.
오후 10시 11분에 접수된 녹취록에 따르면 "압사될 것 같다"는 신고 내용과 함께 비명이 있었다고 적혀있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태원 압사 참사' 3일 만에 언론 브리핑을 열고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다수 있었던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윤 청장은 "신고 내용을 보면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들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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