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경찰청 청사. 박요진 기자현행법상 경찰은 다른 사람을 해칠 우려가 있는 등 긴급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사의 동의를 얻어 정신질환자를 응급입원시킬 수 있다.
하지만 광주에는 응급입원이 가능한 정신의료기관이 부족해 경찰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6일 광주 북구 일곡동에서 10대 딸이 엄마를 폭행하고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은 A양이 응급입원을 해야 한다고 판단해 입원 가능한 정신의료기관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광주에는 입원 가능한 병원이 없어 경찰은 A양을 전남 나주에 있는 병원에 데려가 입원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말에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30대 B씨가 빨래를 집 밖으로 집어던지는 등 위협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B씨 역시 병상이 없거나 당직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광주가 아닌 화순에 있는 병원에 응급입원해야 했다.
지난해 광주에서 경찰이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조치한 사례는 439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에 반해 정신질환자가 응급입원할 수 있는 광주 의료기관은 9곳이며 병상 수는 39개에 불과해 응급입원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광주에서 응급인원 사례가 가장 많은 북부경찰서의 경우 올해 처리한 응급입원 96건 중 43건을 전남 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북부경찰서 신남수 생활안전과장은 "현장에서 조치하고 병실을 알아보고 또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이 현장에 나와서 같이 상담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광주 지역에 병상이 없어 전남 지역까지 가게 되면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통상 현장에 정신질환자 혹은 정신질환 추정자의 이상행동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에 경찰이 출동해 응급상황을 판단한 후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을 호출한다. 24시간 대기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이 오면 신고 대상자와 상담을 진행한 뒤 센터 직원의 판단에 따라 응급입원 여부가 결정된다.
절차가 이렇다 보니 일선 경찰서에는 입원이 가능한 정신의료기관을 찾고 입원시키기까지 최소 3~4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응급입원 신고 접수를 직접 처리하는 경찰들도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광주 모 경찰서 관계자는 "당직의사가 없거나 병원에서 입원을 받아주지 않으면 대책이 안 선다"면서 "특히 야간 시간대에 입원을 하지 못해 경찰서에 있다가 자해를 하거나 다른 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 조치가 지연되면서 치안공백을 우려한다.
조선대 정세종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응급입원 등에 많은 시간을 매달리다보니 다른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인력 운용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며 "응급입원 사건 처리가 반복될 경우 치안 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응급입원을 처리하는 시간이 길어져 치안 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 서둘러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