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10시 서울시청 앞 마련된 합동분향소 모습이다. 양형욱 기자3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시청 앞 잔디 광장에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고, 대체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추모가 이어졌다.
시민들은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따라 국화꽃을 건네받고 분향소 안으로 들어갔다. 분향소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묵례로 조의를 표했다.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오랜 시간 추모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분향을 마치고 나오던 시민 가운데 선글라스 너머로 눈이 부어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분향을 마친 이지형(31)씨는 "(희생자들이) 계속 생각이 났다"며 "어제 (이태원을) 가려고 했는데 택시 기사가 거긴 통제돼서 일주일은 가지 못한다"고 말해 오늘 분향소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20대 특히 여성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학생 정원우(25)씨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음에도 154명이 돌아가셨다"며 애도를 표했다. 이어 "인파가 엄청 북적거리는 상황에서 자발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핼러윈 축제를 이미 알고 있었고 인허가했으면 그만큼 인력을 투입했어야 하는 게 맞다"고 현장 관리 미흡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30일 오후 서울시청 앞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의를 표하고 있다. 양형욱 기자분향을 마치고 현장을 떠나던 중년 여성 4명은 "오늘은 조용하게 추모만 하고 싶다"며 분향소의 엄숙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K리그 울산현대호랑이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도 분향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고, 분향소에 있는 시민들과 가볍게 대화만 나누며 추모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잔디광장 주변엔 분향을 따로 하지 않지만, 애도의 뜻을 전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백발의 남성은 분향소 대기줄 옆에 서서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미동도 없이 분향소를 응시했다.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여행객들은 이번 사고가 국적에 상관없이 슬퍼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콩인 앨런 창(63)씨는 "어제 아침 뉴스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태원엔 좁은 언덕이 많은데 통제를 잘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10시쯤 서울시청 앞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양형욱 기자분향소 옆엔 사고로 인해 심리적 트라우마를 앓고 있는 시민들을 상담해주는 임시 부스도 설치됐다. 이날 오전 10시 10분쯤 만난 사고 당시 생존자는 광장에서 멀찍이 떨어져 추모 인파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후 임시 부스 안으로 들어가 심리 상담 지원을 받는 모습도 보였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심리적 트라우마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향소 마련을 준비하며 현장 관리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했고,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11월 5일까지 정원이 마감됐다고 말해 시민들의 뜨거운 추모열기를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