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권 할아버지. 고상현 기자"하늘의 계신 어머니와 아버지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리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8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제주시 화북동 자택에서 만난 오인권(76) 할아버지는 전날(27일) 제주4‧3 희생자 국가보상 첫 지급 결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담담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오 할아버지는 4‧3광풍이 휘몰아친 1949년 2월 1일 어머니(현정생)와 함께 서귀포시 성산읍 터진목에 끌려갔다. 군경의 총탄 세례 속에서 어머니의 품 안에서 홀로 살아남았다. 오 할아버지가 태어난 지 17개월 됐을 때다. 오 할아버지의 양팔, 가슴팍에는 지금도 '그날'의 상처가 남아 있다.
그의 아버지(오명언)도 4‧3당시 정뜨르 비행장(현 제주공항)에서 총살된 뒤 암매장됐다.
4‧3으로 졸지에 고아가 된 오 할아버지는 친척 집과 조부모 집을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총상으로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았다. 한때 정신적 고통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오 할아버지는 "보상금으로 끔찍했던 수십 년 의 한 맺힌 삶을 위로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국가가 이번에 책임을 진만큼 스스로 마음을 달래나가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6일 서귀포시 성산읍 터진목 4·3학살터. 4·3 당시 생후 17개월이던 오 할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 끌려왔다가 홀로 살아남았다. 고상현 기자
그는 국가보상 과정에서 후유장애 등급을 나눠 차등 지급한 데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오 할아버지는 "생존 희생자들이 국가폭력으로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장애를 입고 평생 통한의 생활을 견뎌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등급을 나눠 보상해준다는 게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보상심의분과위원회는 회의를 열어 4‧3희생자 300명(희생자 220명‧후유장애 77명‧생존 수형인 3명)에 대한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보상액은 사망‧행방불명 희생자 220명은 9천만 원, 후유장애 생존자 77명은 장애등급에 따라 5천만 원에서 9천만 원이다. 수형인은 구금 일수에 따라 3천만 원~9천만 원이 지급된다.
이날 지급 결정이 난 4‧3희생자 300명에 대한 총 보상금 액수는 252억여 원이다.
행정안전부의 보상금 지급 계획은 올해 2100명, 내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매해 2150명, 오는 2026년은 잔여인원에게 지급된다. 지급 전체 인원은 1만101명, 9600억 원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