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올해 3분기 경제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보다는 높았지만 1·2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계속되는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수출마저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마이너스 성장의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3분기 성장률 0.3%로 반토막…기대 이상 소비·투자에도 순수출에 발목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1분기와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지난 후 2020년 3분기부터 시작된 플러스 성장세는 이어가게 됐지만, 올해 1분기 0.6%, 2분기 0.7%와 대비하면 반토막이 난 수준이다.
예상과 달리 민간소비가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음식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1.9% 증가한 데다, 설비투자도 반도체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모두 늘면서 5.0%나 성장한 것이 컸다.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는 민간소비가 0.9%p, 설비투자가 0.4%p로 총 1.3%p를 견인했다.
수출 또한 반도체의 부진으로 마이너스 성장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운송장비·서비스 수출 호조로 1.0%가 늘어나면서 2분기에 기록했던 -3.1%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났다.
이런 호조로 인해 전체 성장률이 한은의 지난 9월 전망치인 0.1~0.2%보다 높은 0.3%를 기록했다.
교역조건 악화에 수출은 부진하고 수입은 증가…역대 최다 무역적자 우려
스마트이미지 제공3분기 선방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밝지 않다.
무역수지 악화의 영향이 크다. 수입 증가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수출마저 부진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속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 탓에 순수출은 3분기 성장률을 1.8%p 끌어내렸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의 기여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교역조건이 악화일로인 영향이 적지 않다.
9월 수입금액지수는 170.87로 1년 전보다 18.5% 상승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도 83.47로 같은 기간 9.9% 떨어졌는데, 이는 1988년 관련 통계 집계 시작 후 역대 2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4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무역수지는 이번 달에도 적자세를 보이며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관세청의 10월 1~20일 수출입현황에 의하면 이 기간 수출액은 324억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5% 감소했다. 효자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부진에, 철강제품, 무선통신기기의 감소세가 이어진 탓이다.
이같은 추세가 월말까지 이어지면 2020년 10월 이후 2년만의 수출 감소를 기록하게 된다.
반면 이 기간 수입액은 373억55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가 늘어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0일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초로 300억 달러를 넘어선 연중 무역적자는 338억3400만 달러까지 늘어나며 기존 역대 적자폭 최고치인 1996년의 206억2400만 달러를 경신할 기세다.
연간 무역적자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적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높은 물가에 하향세 돌아선 소비심리…"4분기 소비·투자 위축 이어 내년도 '0' 가까운 성장할 것"
연합뉴스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은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이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5.6% 상승했다.
올해 1월 3.6%로 시작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 7월 6.3%를 정점으로 상승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3%로 9월의 4.2%보다 0.1%p 높았다.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후 8월과 9월 각각 4.3%, 4.2%로 낮아졌지만 3개월 만에 반등하며 다시 상승곡선을 그린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최근 수치들은 내년에도 현재 못지 않은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인 셈이다.
이같은 고물가는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8로 지난 9월 91.4보다 2.6p 감소했다.
지난 7월 86까지 낮아졌다가 8월 88.8, 9월 91.4로 2개월 연속 이어지던 상승세가 다시 꺾인 것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소비자심리지수 구성 지수 중 소비지출전망은 110으로 9월보다 1p 올랐지만,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가계수입전망 등 경제상황 분석·전망과 관련한 지수와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등 가계 상황과 관련한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물가가 오른 탓에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겠지만, 현재 경제 상황과 가계의 생활 상황을 고려할 때는 지출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인상돼 온 기준금리로 인해 금리인상 효과가 더욱 짙어지는 4분기에는 그나마 경제성장률을 견인했던 소비와 투자마저도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한 추가적인 금리 상승 요인들이 경기 부진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고, 해외 여건 역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악화 우려도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러 금리 상승 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우려도 함께 존재하고 있어 추가적인 금리 인상 과정에서의 경기 부진 또한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익대 전성인 경제학부 교수는 통화에서 "실업률이 크게 오르지 않는 등 고용수치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명시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하기는 조금 어려운, 인플레이션 파이팅 과정에서 생기는 불황"이라면서도 "내년에도 숫자가 잘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플러스가 되더라도 '0' 근방인 저성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