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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36주 낙태, 살인 입증 가능"…부족한 물증 속 입증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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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유튜버·병원장·집도의 살인 혐의 입건
"진료기록·진술·자문 등 종합"…살인 입증 자신
법조계에선 다른 시각도…"CCTV도, 사체도 없어"
이번 사건 가장 큰 쟁점은 '36주 태아의 사람 여부'

영장심사 후 법원 나서는 '36주 낙태' 사건 병원장과 집도의. 연합뉴스영장심사 후 법원 나서는 '36주 낙태' 사건 병원장과 집도의. 연합뉴스
'36주 태아 낙태 사건'의 산모와 병원장, 수술 집도의를 살인 혐의로 수사 중인 경찰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유의미한 자료들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태아가 낙태 수술 전 건강했고, 제왕절개를 통해 나온 이후에도 생존해 있었는데 의료진의 방치 행위 등으로 인해 아기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먼저 살인죄를 적용하기 위해선 태아가 사람이었는지를 먼저 입증해야 하는데 대법원에서 사람의 기준으로 '진통설'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당시 진통이 있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의료진들의 부작위 또는 작위적 행위로 아기가 숨졌다는 점도 입증해야 하는데, 폐쇄회로(CC)TV도 사체(死體)도 없는 상황이다.

경찰 "36주 태아, 제왕절개 수술 후에도 살아 있었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낙태수술을 요구한 여성 A씨와 집도의 심모씨, 병원장 윤모씨에 대해선 살인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다른 의료진 4명의 혐의도 살인 방조이다.

경찰은 태아가 산 채로 태어났지만 의료진의 방치 행위 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기자들과 만나 태아가 제왕절개를 통해 A씨 배 밖으로 나왔고, 생존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20대 여성의 영상. 유튜브 캡처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는 20대 여성의 영상. 유튜브 캡처
경찰이 확보한 증거에 따르면 태아는 낙태 수술 전 건강했다. A씨가 이번 사건의 병원을 찾기 전 방문한 병원들의 초진 기록에는 ▲36주차 임신 ▲태아 건강 등의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산모가) 초진을 받은 병원에서 특이소견 없이 태아가 건강했다는 걸 확인했다"며 "의료자문 결과도 (낙태 후) 아기가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의료진의 방치 등의 행위로 인해 아기가 사망했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산 후) 초기에 관리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소생술도 있고, 체온 유지, 호흡 확인, 이물질 확인 등이 있다"며 "하지만 출산 목적이 아니다 보니 의료행위를 실시하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핵심은 '사람인지' 여부…공개된 증거로 입증 난항"

다만 현장 폐쇄회로(CC)TV나 태아의 사체 등 관련 물적 증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여서 법원에서 혐의 입증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경찰의 판단 근거는 ▲산모의 초진병원 진료기록부에 기록된 태아의 건강 상태 ▲제왕절개 수술이 이뤄졌다는 점 ▲아기가 태어난 후 살아있었다는 전문가의 소견 ▲아기가 태어난 후 어떠한 의료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관련자 진술 등이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으로 '사람이 된 시기가 언제였는지', 쉽게 말해 '이번 사건의 36주 태아가 사람이었는지'가 꼽힌다. 살인죄는 태아가 아닌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형법 전문 신민영 변호사는 "사람의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지가 핵심인데, 대법원 판례는 진통설을 통설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7년 6월 29일에 확정된 대법원 판결문을 보면 진통설을 기준으로 삼았다. 동시에 제왕절개에 대해선 분만의 시기로 볼 수 없어, 사람이었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은 "제왕절개 수술의 경우 '의학적으로 제왕절개 수술이 가능했고 규범적으로 수술이 필요했던 시기'는 판단하는 사람 및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분만개시 시점 즉 사람의 시기도 불명확하게 되므로 이 시점을 분만의 시기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분만의 개시라고 할 수 있는 규칙적인 진통이 시작된 바 없었으므로 이 사건 태아는 아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객체인 사람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신 변호사는 "우선 36주의 태아가 당시 과연 사람이었는지가 핵심"이라며 "사체나 폐쇄회로(CC)TV 없이 산모의 규칙적인 진통 등을 어떻게 입증할지 의문"이라고 봤다.

이번 사건의 태아가 사람이었음이 입증된다면 이후엔 의료진들의 적극적 방치나 작위적 행위가 있었음이 드러나야 한다. 신 변호사는 "만약 사람이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방치나 작위적 행위가 입증돼야 한다"며 "현재까지 경찰이 공개한 방치 정황만으로는 적극적 방치로 볼 수 있을지 의아하며 작위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도 부검 없이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도약 우성명 변호사는 "살인죄의 경우, 태아가 아닌 사람의 경우에만 인정되기 때문에 사람인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지만, 직접 증거가 존재할 경우에 버금가는 정도의 간접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폐쇄회로(CC)TV나 사체와 같은 직접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선 현실적으로 살인죄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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