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초 기대됐던 역할 이상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내년 3월 이후쯤으로 예상되는 차기 전당대회를 위해, 당권주자로서 토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사고 당협 충원을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구성에 이어 '비상상황' 관리를 넘어선 당무감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이같은 시선에는 점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비대위는 27일 김석기 당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조강특위를 구성하고 현재 공석인 전국 69개 당원협의회를 채워나가기로 결정했다. 김 사무총장과 이양수 전략기획부총장, 엄태영 조직부총장 등 당연직 3명을 비롯해 현역인 배현진, 최춘식 의원과 원외 인사인 함경우 경기 광주시갑 당협위원장, 함인경 변호사로 구성된 조강특위는 다음 주 첫 공식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지역과 성별 등을 안배한 구성이라는 게 비대위 측 설명이지만 특위 구성 면면은 친윤 색채가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총장과 함 위원장, 함 변호사 등은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부터 윤 대통령을 보좌한 경험이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 대변인직을 맡았던 배 의원의 경우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 국면에서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서 비대위 출범에 일조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의 당권 도전 가능성이 제기되는 시점에 이같은 인선이 장차 전당대회에서 '친윤 주자'로서의 자리매김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너무 노골적이다. 친윤 안에 소윤(小尹)이냐 대윤(大尹)이냐 정도의 차이일 뿐 어차피 '윤심' 하나만 바라본 인선 아니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황진환 기자정 위원장이 조강특위 활동을 넘어, 이미 있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할 명분으로 작동할 만한 당무감사 필요성을 제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많다. 당초 비대위가 이준석 전 대표의 축출 이후 차기 전당대회 전까지 당의 혼란을 수습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정 위원장이 '비상상황'이 아닌 평시 체제, 그 것도 총선을 앞둔 시점의 당 대표 역할까지 월권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사고 당협 정비 필요성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비대위가 당무감사까지 벌이겠다는 건 무리한 생각"(국민의힘 관계자) "투명하다. 당협 지형을 어떻게 구성하고 싶은지 의도가 보인다"(초선 의원)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정 위원장이 비대위 회의와 지도부 행사를 연이어 지역에서 여는 것을 두고도 차기 전대를 위한 행보라고 읽는 시선들이 있다. 정 위원장이 야당과 갈등이 고조됐던 국정감사 시기에 지역행을 결정하면서 당시 국감을 우선했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일정을 조율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역시 차기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주 원내대표를 경계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사고 당협 정비며 당무감사 얘기까지, 시작은 '윤심'이었겠지만 정 위원장 역시 '자기 정치'에 욕심을 내고 있는 것 같다"(국민의힘 관계자)는 해석이다.
전당대회 일정이 늦으면 내년 6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 역시 정 위원장이 현 체제를 '관리형 임시 비대위' 이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한 초선 의원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직전 비대위원장에 이어 현재 원내대표인 만큼 정 위원장이 함께 상의하며 당을 이끌어 가면 좋을 것 같은데, 현재 상황은 정 위원장이 여러 이슈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가며 당을 이끌어가는 모양새다. 비대위 체제를 장기화하면서 힘을 싣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