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뉴삼성' 이끌 회장 이재용, '경기·지배구조' 난제 어떻게 헤쳐갈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핵심요약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이 다음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맞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로 압축되는 부친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의 뒤를 이을 '뉴삼성'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NOCUTBIZ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신임 회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를 돌파해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 해묵은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 등을 통해 '뉴삼성'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7일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곧바로 회장직에 올랐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취임사 대신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글올 사내 게시판에 공유했다. 지난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가 담긴 글이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을 두루 살펴봤다.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면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실제로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85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1.39% 감소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수요 둔화 탓이다. 문제는 내년까지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부진과 메모리 시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지난 8·15 특별사면으로 취업 제한 족쇄에서 벗어난 후 첫 공식 행보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연구개발) 기공식에 참석했다. 메모리 분야에서 지난 30년간 유지한 압도적인 기술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이사회가 별도의 의결 절차가 필요없는 회장 승진 안건을 논의하고 책임 경영 강화 등을 그 이유로 내세운 것은 그만큼 이 회장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을 계기로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그룹 차원의 주요한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등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바이오와 인공지능(AI), 차세대통신 등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사업 분야에서 대대적인 투자가 예상된다.

또 대규모 M&A(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삼성은 미국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 하만 인수 이후 5년간 M&A가 멈춰 있다.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반도체 뿐만 아니라 신사업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의 별세 2년 만이자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오른 삼성전자 이재용 신임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치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건희 회장의 별세 2년 만이자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에 회장직에 오른 삼성전자 이재용 신임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치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황진환 기자
글로벌 기업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 강화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 부정 의혹 사건의 오전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했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 중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 그룹이 모델로 거론된다. 발렌베리 가문은 5대째 가족 세습을 이어가지만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일임한다.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 개편 문제도 해묵은 과제로 꼽힌다.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31.31%를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야당은 '금산분리' 원칙에 입각한 일명 '삼성생명법'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어 20조원 이상에 달하는 나머지 지분은 모두 팔아야 한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고리로 한 지배 구조가 무너지면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2년 전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 3개사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에 대한 용역을 줬으며, 최종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현재 태스크포스(TF)로 운영되는 삼성의 컨트롤타워가 복원될지도 이목이 쏠린다. 삼성은 2017년 2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쪼개진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다음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을 맞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다 바꿔라"로 압축되는 부친 이건희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의 뒤를 이을 '뉴삼성'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 회장이 회장에 오른 이날도 재판에 참석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이 회장은 내년 2월까지 한 주에 하루 혹은 이틀은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장기간 해외 출장 등 본격적인 경영 활동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