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송호재 기자지난해 부산시교육청 공무원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한 경찰이 일부 면접관들의 예상 문제 유출이나 성적 조작 공모 혐의를 확인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합격 고지가 번복돼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10대 응시생은 공무원들이 저지른 '채용 비리' 행위의 피해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 부산시교육청 임용 면접시험 부정 청탁 행위 관련 공무원 1명 구속·4명 불구속 송치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른바 '부산시교육청 면접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한 끝에 공무원 1명을 구속 송치하고 4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시교육청 임용 시험에 응시했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A군 유족으로부터 관련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이들이 면접을 앞두고 공모해 문제를 유출하고, 면접시험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시교육청 소속 B사무관과 부산시 소속 C씨 등 공무원 3명은 임용 시험 면접위원으로 참여해 A군이 속한 조를 포함해 모두 5개 조 응시자들에 대한 면접 평가를 진행했다.
경찰은 B사무관이 전 교육지원청장인 D씨로부터 해당 시험에 응시한 사위를 합격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사전에 면접 문제를 유출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두명의 면접관과 공모해 면접 점수를 '우수'로 조작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B씨 등이 특정 지원자에게 점수를 몰아줬다는 의심을 피하려고 A군이 속한 조의 응시자 두 명의 점수도 '우수' 등급으로 조작한 정황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A군은 다른 응시생에게 밀려 임용시험에 탈락하고 말았다.
경찰은 B사무관에게 문제 유출 등을 청탁한 혐의로 D씨 등 2명도 입건했다.
1년 2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B씨는 '공무상비밀누설'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C씨 등 4명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이들 사이에 청탁의 대가로 금품 등이 오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하는 과정에서 면접시험과 관련한 부정청탁이 오간 사실을 확인해 관계 인사들을 모두 송치했다"며 "면접시험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 면접 위원 비율을 더 늘리고, 채점 시 평정 사유를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극단적 선택한 공시생은 공무원 간 채용 비리 행위 피해자
부산시교육청 제공채용 시험 탈락의 충격으로 목숨을 끊은 A군은 당시 특성화고 3학년 학생으로, 졸업을 앞두고 임용 시험에 응시했다. 전형이 끝난 뒤 지난해 7월 26일 홈페이지에서 최종 합격 문구를 확인했지만, 불과 1시간 만에 불합격으로 결과가 뒤바뀐 것이 비극의 단초가 됐다.
A군은 교육청에 직접 찾아가 탈락 경위를 물었고, 자신이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에서 각각 3등과 2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지만 불합격된 사실을 확인했다. 필기시험에서 5등 점수를 받은 응시자 한 명이 면접에서 1등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아 필기 점수와 상관없이 합격했고, 이 때문에 A군은 순위에서 밀렸다는 교육청 설명을 들어야만 했다.
교육청 공무원이 될 꿈에 부풀었던 A군은 냉혹한 현실을 비관, 불합격 소식을 접한 이튿날 가족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사건 발생 이후 "단순한 전산 오류"라며 "최종 합격자 명단이 바뀐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경찰 조사로 A군의 죽음은 단순한 오류가 아닌 공무원들이 벌인 '채용 비리 행위'가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 수사 결과를 받아든 부산시교육청은 공무원 임용과 관련한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 개선에 나서는 한편, 관련자 징계 등 내부 절차는 재판 결과에 따라 진행할 방침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올해부터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제도를 개선해 응시번호 대신 관리 번호를 부여하고 소수직렬의 면접위원을 3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연루자 징계 등은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