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만원의 돈을 가로채기 위해 구치소에서 알게 된 지인을 살해하고, 불을 질러 시신까지 훼손한 3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배 부장판사)는 강도살인과 현존건조물방화, 사체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과 20년 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울산 남구의 한 원룸에서 수면제 등을 넣은 술을 B씨에게 먹이고, 이불을 덮어 B씨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구치소에서 만난 B씨가 사기 전과가 있는 자신을 편견 없이 대하는 것에 호감을 느끼고 출소 후에도 친분을 이어갔다.
이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A씨는 휴대전화 요금과 생활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B씨의 계좌에 200여만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가로채기로 마음먹었다.
B씨의 휴대전화 패턴을 알고 있던 A씨는 이를 이용해 193만원을 자신의 여자친구 계좌로 이체했고,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붙잡힐 것을 우려한 A씨는 은행 오류로 돈이 이체됐다고 속인 뒤 돈을 되돌려주려 했으나, B씨의 휴대전화로 게임 아이템을 더 결제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게 됐다.
A씨는 구치소에서 훔친 수면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술에 넣어 B씨에게 먹였고, B씨가 잠들자 살해했다.
범행 직후 A씨는 B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단기대출 154만원을 받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A씨는 B씨의 집에 불을 질러 시신을 훼손하기까지 했다.
재판부는 "출소 후 일을 관둬 갈 곳이 없게 된 피고인에게 피해자는 자신의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호의를 베풀었는데도 피고인은 돈을 가로채기 위해 살인을 저질렀다"며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자 주거지에 불을 붙이고, 사체를 손괴하는 등 범행 동기와 방법, 결과를 보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