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B컷]돈 준 사람도, 받은 선거운동원도 유죄 인정…'나홀로 무죄' 野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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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는 "선거 캠페인 책임자는 자동차나 치약을 파는 영업사원이랑 똑같은 사람들"이라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거칠게 말해서 좀 사기꾼이라는 거죠. 국민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감동적인 캠페인도 더러 있지만, 공천부터 선거운동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야바위꾼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눈 먼 돈'도 많아서 어떤 정치인은 선거운동원 혹은 자원봉사자에게 밥값으로만 수억원을 썼다고도 하죠.

지난 3·9 보궐선거에서 선거운동원들에게 규정을 초과한 수당을 지급한 혐의와 모 사업가로부터 10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지난 18일 공직선거법 위반에 한해 우선 공판준비기일이 열렸습니다. 피고인은 이씨 외에도 사무국장과 회계책임자, 선거운동원까지 총 10명. 소법정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7명의 선거운동원들은 초과 수당을 받아서, 사무국장 등은 수당을 줘서 법정에 섰습니다.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씨뿐이었습니다. 혐의를 부인한 피고인 역시 이씨뿐이었습니다. 받은 사람과, 준 사람 모두 인정하는데 어떻게 '이정근 캠페인'의 이씨만 혐의를 부인할 수 있을까요?

자원봉사자들에게 일당 지급한 캠프?


이씨는 지난 2월 선거운동 차원에서 자신의 상황실장이었던 B씨에게 "전화홍보원들에게 일당 6만원을 준다고 말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합니다. 이에 B씨는 캠프 회계책임자 C씨가 모집한 선거운동원들에게 전화홍보 업무 대가로 6만원을 준다고 했고요. 그렇게 C씨는 이들에게 100만원 상당의 일당을 줍니다. 금품을 제공한 거죠. 정치자금법은 누구든지 정당이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것에 대해 금품 등 재산상의 이익, 공직 등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약속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6명의 선거운동원들은 캠프에서 공식적으로 뽑은 운동원이 아닙니다. 공식선거원 이외의 '알바 아주머니'는 모두 자원봉사자로, 일당을 줄 수 없습니다. 다 똑같은 '이정근 점퍼'를 입고 있어도 돈을 받을 수 있는 선거운동원이 있고, 받을 수 없는 자원봉사자가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지역구 인구 대비 모집할 수 있는 선거운동원의 숫자도 다릅니다)
 
그런 데다 콜센터 운영 자금은 이씨의 선거사무소 지원금 900만원에서 나온 건데요, 7명의 선거운동원에게 준 840만원을 제외하고 남은 60만원은 C씨가 이씨한테 줬다고 합니다. 검찰은 이 역시 금품 제공으로 보고 있습니다. 선거사무소 지원금은 선거가 끝난 뒤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영수증 등으로 증빙하면 보전받을 수 있습니다. 즉, 선거사무소에 900만원을 써서 보전을 받아놓고 실제로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용돈(?)을 준 셈인 거죠. 이에 대해 이씨 측 변호인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2022. 10. 18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공판준비기일
이정근 측 변호인: 혐의를 전부 부인합니다. 구체적인건 의견서를 내겠습니다만 검찰에 의견서 낸 것과 동일한 취지입니다.

재판부: 사실관계 자체를 다투는 겁니까, 법리적인 평가의 부분을 다투는 겁니까.

변호인: 고의성 문제도 있고요. 전화홍보 자체는 알고 있었으나 구체적 금액 등에 대해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항이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반면 이정근 캠프의 B씨와 C씨, 7명의 선거운동원들 모두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피고인들은 재판부를 향해 살짝 목례까지 해가며 공손한 자세로 인정했는데요.

2022. 10. 18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공판준비기일
회계책임자 측 변호인: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합니다.

사무국장 측 변호인: 공소 사실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재판부: 나머지 피고인들은요?

선거운동원 측 변호인: 공소 사실 인정합니다.

재판부: 이정근 피고인만 부인하는 취지고 다른 피고인들은 전부 인정하는 취지네요. 다른 의견 가진 변호인 있나요? 돈을 돌려줬는데 공소 사실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양형사유에 고려될 것 같고요. 그 내용 외에 피고인들은 추가적으로 변론할 내용이 있을까요?

이정근 캠프 측에서 준 돈을 콜센터에서 일한 값으로 보고 받았는데, 받으면 안 되는 돈이었으니 돌려줬다는 것이 선거운동원 7명의 항변입니다. 캠프 측에서 주는대로 받은 돈을 반환한 것이 공소장에 적시되지 않았다는 것 말고는 추가 변론할 내용도 없다며, 7명의 운동원들은 재판부의 질문에 일제히 '도리도리' 하기도 했습니다.

후보는 몰랐고 아랫사람이 다 알아서 한 거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이정근씨는 반면 "공동정범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고의도 없었던 데다 콜센터 운영 사실만 알았다는 겁니다. 공직선거법상 모든 텔레마케팅이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

2022. 10. 18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공판준비기일
재판부: 이정근 피고인의 공소 사실에 대한 심리가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피고인들 입장을 보면 대략적인 사실관계는 인정이 될 것 같고, 다만 그 과정에서 이정근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식한 것인지, 고의가 있었는지가 쟁점이 될 것 같네요.

이정근 측 변호인: 콜센터 운영에 대해 피고인이 구체 지시하거나 보고받거나 승인한 바 없습니다. 공동정범의 책임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재판부: 다른 피고인한테 전화홍보를 시키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는 건가요?

변호인: 운영 자체는 알았는데 구체적 내용이나 얼마를 지급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는 겁니다).

재판부: 콜센터 운영 자체는 알았는데, 돈을 얼마 지급하는지는,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취지네요.

후보가 캠프 운영의 A부터 Z까지, 미주알고주알 다 알기는 어렵습니다. 또 아주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관여하기 시작하면 그 캠프는 산으로 간다는 의견도 업계에서는 정설로 굳어져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씨는 콜센터 운영을 선거사무소 임대료로 메꾸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적극적으로 개입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만, 콜센터를 운영한다는 사실 자체만 알았고 나머지 세부사항은 몰랐다는 것이 변론의 요지입니다. 캠프 직원과 더불어 자원봉사자들도 혐의를 시인하는 가운데 홀로 몰랐다는 모르쇠의 효과가 있을지는 1심 재판부의 선고를 봐야 알 수 있을겁니다. 다만 "저는 결백합니다.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저는 무죄입니다(I'm innocent. You've got to believe me, I'm innocent.)"라는 미국 유명 정치인의 호소가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해명에 나선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그 주인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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