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년간 경비원 24명 갈아치웠다…도곡동 아파트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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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이른바 '경비원 갑질 방지법'이 시행됐습니다.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제한해 그들이 부당한 지시에 시달리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였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법시행에도 불구하고 고충은 여전합니다. 일선의 경비원들은 여전히 수많은 '갑'들의 '갑질'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법시행 1주년을 맞아 경비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보고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한계와 대안까지 짚어봅니다.

서울 도곡동 한 아파트, 5년 동안 경비원 24명 교체돼
전 입주민대표 '갑질' 의혹
"개XX" 욕설·폭언 시달린 한 경비원, 경찰 고소 준비 중

연합뉴스연합뉴스
▶ 글 싣는 순서
①5년간 경비원 24명 갈아치웠다…도곡동 아파트 '갑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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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XX야, 야 너 어디가"

지난 18일 저녁,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아파트에서 경비 업무와 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는 관리소장 A씨는 주민 B로부터 욕설을 들었다. A씨는 "B씨에게 관리비 고지서를 메신저로 전달했는데, 자신이 확인하고자 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찾아왔다"며 그 과정에서 폭언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2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 아파트에서 한 주민의 갑질로 지난 5년여간 무려 24명의 관리소장이 교체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었던 B씨가 2017년 6월부터 관리소장에게 온갖 '갑질'을 일삼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른다.
 
해당 아파트는 3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로, 별도의 경비원이 존재하지 않고 관리소장이 관리 업무 및 경비 업무를 겸하고 있다. CCTV를 관리하는 보안업체를 따로 두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관리소장이 '경비원'이나 다름없는 형태로 근무하고 있는 구조다.
 
지난해 말부터 관리소장직을 맡고 있는 A씨는 평소에도 B씨의 갑질에 시달려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에 따르면 B씨의 기분에 따라 A씨의 호칭은 '소장님'에서 '소장, 너, 000'으로 달라지기도 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업무 외 시간 이후에도 B씨의 연락을 받아야 했고, CCTV를 통해 실시간 자신을 감시하는 B씨의 눈치를 봐야 했다.

A씨는 "새벽 2~3시에도 B씨에게 연락이 와 가족들까지 잠을 설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A씨는 "집 안 수리를 한두 번 그냥 도와줬더니, 주민들에게 '밖에서 비싸게 수리받지 말고, A씨에게 수리비 조금만 받고 고쳐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며 "내가 거지도 아니고 기분이 불쾌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갑질에 시달린 건 비단 A씨뿐만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아파트에 관리소장을 파견하고 있는 업체 측 자료에 따르면, B씨가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직을 맡기 시작한 2017년 6월 이후로 5년여간 무려 24명의 관리소장이 교체됐다. B씨의 갑질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그만둔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해당 아파트를 거쳐 간 관리소장 중엔 하루를 일하고 그만둔 사람만 3명,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둔 사람만 13명에 달한다. B씨는 배우자가 현직 검사라는 배경도 내세웠다고 한다.
 
주민 C씨는 "B씨에게 질려 한두 시간 만에 그만둔 사람들까지 합치면 3~40명은 족히 넘을 수도 있다"며 "머슴 정도로 부린 것 같다"고 전했다. C씨는 또 "이전에 근무했던 한 관리소장은 '내 인생에서 이런 모멸감이나 모욕은 처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해당 소장은) '너가 그러니까 소장을 하지'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주민 D씨 또한 "B씨가 관리소장들에게 '너는 배운 것도 없고 그런 주제에'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때 해당 아파트에 6개월간 근무했던 E씨는 "경비 업무만 10년 넘게 했는데, (해당 아파트에 근무한) 6개월이 제일 힘들었다"며 "CCTV로 출퇴근부터 하루 종일 감시하면서 업무 지시를 하는 데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E씨는 "'관리소장이 잠만 잔다'고 주민들에게 사실과 다른 말을 퍼뜨리고 다녔다"며 "일흔이 넘는 나이에 그런 사람은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과거 해당 아파트에 근무했던 또 다른 관리소장 F씨 또한 '회장이 달달 볶아서 스트레스 받아서 숨을 못 쉬겠다'는 문자를 남긴 채 일을 그만뒀다.
 
B씨의 갑질에는 업무의 경계가 없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B씨는 해당 아파트의 택배 배달원, 조경업체 직원 등에게도 수시로 폭언을 퍼부었다. 주민들의 회의 끝에, B씨는 지난 9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직에서 물러나게 됐지만, 여전히 A씨에게 욕설을 하는 등 갑질을 멈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민들은 해당 아파트를 자신의 사유지인 양 군림하던 B씨의 갑질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주민 G씨는 "해당 아파트에 관리소장을 파견해왔던 H업체도 곤란해했다"며 "인근에서는 해당 아파트가 관리소장들의 기피 근무 장소 중 1위라고 한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19일 B씨를 고소하러 수서경찰서를 찾아갔다"며 "빠른 시일 내에 고소장을 정식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B씨는 "갑질이나 폭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B씨는 "갑질로 인해 관리소장들이 그만둔 것이 절대로 아니다"며 "첫 달 월급 받고 자발적으로 나간 사람들도 있다"고 해명했다. 또 B씨는 "다른 주민들과 입주자대표회의 관련 문제로 싸움이 붙어 대치돼 있는 상황에서 나에게 망신을 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업무 능력이 없으면 내가 가차 없이 관리소장 파견 업체에 '안 되겠다'고 말했다"고 말해 관리소장 교체에 관여한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동시에 B씨는 "A씨에게 욕설을 한 기억이 없다"며 "A씨가 오히려 나를 모해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나를 힘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또 B씨는 관리소장이 업무 이외의 일을 했다는 증언에 대해 "집 안 수리는 관리소장들이 원했던 업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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