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격파'하다 다쳤는데 비판이 '사기 저하'라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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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올해 국군의 날 행사 시범 준비하다 9명 부상
고공강하, 격파 등 특공무술, 태권도 연습하다 골절, 인대 손상 등
전용기 "시대착오적 보여주기 행사로 비전투손실"
실제 국군의 날 행사 리허설에 맥주병 격파 포함, 본행사에선 빠져
국방부 "전부터 하던 행사…'시대착오적' 비판은 특전요원 사기 저하"
일선에선 "시범하게 되면 3개월은 훈련 못해, 그게 오히려 사기 저하"

연합뉴스연합뉴스
올해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서, 육군 특수전사령부를 비롯한 현역 군인들이 격파와 고공낙하 시범을 보이기 위해 연습을 하던 도중 9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다음이 더 문제인데, 이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국방부는 "특전요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에 나섰다. 격파 시범이 실전에서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잘 생각해 보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14일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국군의 날 행사 준비 도중 모두 9명이 다쳤다. 5명은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 소속으로 격파 등 특공무술 시범 연습을 준비하다 다쳤는데, 2명은 골절, 1명은 인대 손상, 1명은 앞니가 깨졌고, 1명은 타박상을 입었다.

2군단에서도 1명이 다쳤는데 특공무술 태권도 시범 연습을 하다가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최정예 대테러부대인 특전사 707특수임무단에선 3명이 다쳤는데, 고공낙하 시범 연습을 하기 위해 낙하산을 메고 항공기에서 뛰어내려 착지하던 중 골절상을 입었다.

전용기 의원은 "군부독재 시대를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인 보여주기식 행사로 인해 비전투손실이 발생했다"며 "대통령 눈요기를 위해 장병을 희생시키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튼튼한 국방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방TV 유튜브 캡처국방TV 유튜브 캡처
실제로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행사 이틀 전 리허설 현장을 찾았을 당시, 대리석 등은 물론 전임 정부에서는 하지 않았던 위험한 맥주병 격파까지 시범에 포함돼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다. 10월 1일 열린 본행사에서 맥주병은 빠졌지만 다른 격파 시범들은 들어갔다.

1일 CBS노컷뉴스 보도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이 실리자, 군 관계자는 "격파도 단련의 일부이고, 보여주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전투력의 일부를 국민들께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하긴 했다.

그런데 국방부는 14일 전용기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2명은 치료가 완료되었고, 7명은 치료 후 회복 중이다"면서도 엉뚱한 입장을 내놓았다.

국방부는 "특공무술과 고공강하는 과거 행사에서도 실시했던 것으로 우리 특수부대의 역량을 강화시키면서 강한 국군의 모습을 나타내는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며 "특전요원들이 평소 훈련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강한 국군의 면모를 현시하여 장병 사기를 높임은 물론 국민 신뢰 제고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여 과거에도 수차례 실시해오던 행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부독재 시대를 연상시키는 시대착오적인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지적은 타당하지 않으며, '군 본연의 임무가 아닌 행사에서 불필요한 손실을 초래했다'는 언급은 당시 행사에 참가한 특전요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특공무술 시범 자체는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실전에서 이런 기술이 쓰일 때는 결국 사람을 제압할 때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격파가 실전에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점이다.

2020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침투 시범을 보이는 특수부대원들. 국방부 제공2020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침투 시범을 보이는 특수부대원들. 국방부 제공
2020년 경기도 이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는 여전히 격파 시범이 등장하긴 했지만, '강한 국군의 면모를 현시'하기 위해 특수부대원들이 현장에 침투했다가 임무를 수행하고 퇴출하는 멋진 모습도 나온 바 있다.

한 특수부대원은 "시범을 하게 되면 해당 인원들은 최소 3개월 전부터 모든 일과에서 열외, 행사만 준비하는데 그 때문에 전투부대가 전술훈련을 못 하게 된다"며 "(격파 시범을 하기 때문에) 준비부터 실시(본행사) 단계까지 참여한 인원들 사기가 저하되는 것은 모르나"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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