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배 씨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웹툰 작업을 하고 있다. 박사라 기자 "잠시 힐링하러 왔다가 6년째 살고 있습니다." 서울 생활에 지쳐 전남 순천으로 오게 됐다는 웹툰 작가 서상배(40)씨는 순천을 "정적이면서 작업하기 좋은 곳"으로 정의했다.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자란 서 씨는 2000년도 순천대학교 만화예술학과에 입학하면서 순천과 인연을 맺었다. 대학 졸업반이던 2007년에는 '식객', '타짜' 등으로 유명한 허영만 작가의 문하생으로 발탁돼 서울로 올라갔다. 3년간 허영만 작가 밑에서 문하생으로 작품 '식객'의 배경을 담당했고, 웹툰 '미생' 윤태호 작가의 '인천상륙작전'에서는 인물터치를 맡았다.
대학을 졸업한지 3년 만인 2010년, 남들보다 빠르게 만화 작가로서 데뷔를 했는데 첫 성적이 생각보다 부진했다. 여러 가지 상황에 지친 그는 조용한 곳에서 잠시 머리 좀 식혀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순천으로 가는 열차를 끊었다.
당시 순천을 떠올린 이유에 대해 묻자 서 씨는 대학시절 추억과 함께 뇌리에 남아있던 순천에 대한 좋은 이미지 덕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서울에 있을 적에도 순천의 동천과 봉화산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순천에 내려오자마자 한 일도 봉화산 밑에 집을 구해 매일 산을 오르내렸다.
서 씨는 "동천과 봉화산을 걸으면서 머리를 비우면서 힐링을 했다"며 "그러면서 영감을 얻으며 작업 구상을 했고 이렇게 보낸 6년이 내적으로 성장하고 만화에 대한 실력도 성장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자연을 가까이한 덕택인지 창작 활동을 하는 서 씨에겐 큰 밑천이 됐다. 이 기간 서 씨는 외주 업체에서 의뢰 받은 작품 창작과 카카오 페이지에 학원 판타지물 '드래고니터'를 연재했다. 2019년에는 제8회 부산판타스틱만화 공모전에서 판타지물 '자갈치 판타지'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산의 자갈치 시장을 습격한 괴생명체를 시장 장인들이 무찌르고 지역을 지킨다는 내용이었다.
서 씨가 이렇게 작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데에는 원격 업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원고를 내기 위해 서울과 경기 지역을 직접 찾아가야 했지만, 요즘은 메일로 주고 받는 일이 많아 주거지가 크게 중요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순천은 서울보다 집값이 훨씬 저렴하기 떄문에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넓은 작업 공간을 갖출 수 있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무엇보다 금전적인 부담도 함께 줄었다.
서상배 씨가 집필 중에 있는 웹툰의 한 장면. 서상배 씨 제공 서 씨는 올해 전남콘텐츠코리아랩의 웹툰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돼 순천을 소개하는 판타지물을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에는 순천의 관광지인 낙안읍성,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등을 배경으로 순천의 특산품인 고들빼기, 짱뚱어, 꼬막 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서 씨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웹툰을 통해 지역의 명물과 역사까지 소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협업을 해보고 싶다는 서 씨는 "지역의 작가들과 팀을 꾸려서 만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저만의 판타지 형식으로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드는 게 목표 중 하나"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