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먹는 국힘 '강공모드'…"이슈가 이슈 덮기만 기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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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30일 다시 최저치를 찍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에 국민의힘에도 비상이 걸렸지만, 연일 강경모드로 내달렸던 당의 스탠스를 이제 와서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출구전략은 따로 없고 '이슈가 이슈를 덮는' 상황만 기다린다는 하소연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두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여론이 호도되고 잘못 전달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MBC가 최초로 공개한 (비속어 발언) 동영상 자막은 마치 대통령이 확정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듯 기재해 여론을 호도시킨 부분이 잘못"이라고 답했다. 이어 "여론 탓으로 돌리는 건 아니"라면서 "사적 발언이 논쟁의 중심이 돼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24%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처럼 국민의힘은 '조작을 한 언론과 본질을 훼손하는 야당'을 기조로 한 강공모드를 바꾸지 않았다. 정확히는 '바꾸기가 어렵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야당을 어르는 일도 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여론이 비속어 발언 등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인식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 시점에선 운신의 폭이 너무 좁은 상황(국민의힘 관계자)"이라고 한다.

앞서 대통령실은 뉴욕 순방과정에서 나온 윤 대통령의 '이XX' 발언에 대해 '가짜뉴스', '조작'으로 규정짓고 "대응은 여당에서"라며 논란에서 발을 뺐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기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과 의사를 질문 받지만 답은 하지 않고 있다. 대신 공격수 역할을 맡은 건 국민의힘이다. '이XX'가 국회를 가리킨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에 "유감스럽다"고 밝혔던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 안팎에서 엄청난 비난에 시달린 뒤 연일 강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또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MBC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TF 출범, 비속어 발언을 첫 보도한 MBC에 해명을 요구하는 공문 전달과 항의방문, 검찰에 MBC 사장과 보도국 인원들에 대한 고발까지 충실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비속어 발언에 대한 사과 필요성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이XX'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전해지면서 '진상규명이 먼저'라는 입장만 재확인되고 있다.


때문에 국회에서는 "MBC와 민주당의 정언유착을 밝히라"는 주장과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윤 대통령은 사과하라"는 여야 정쟁만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이날 민주당은 '윤석열정권 외교참사 거짓말대책위원회'라는 노골적 간판을 단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 맞대응에 나섰다.

정권 초 민생에 대한 무한 책임을 진 집권여당으로서는, 대통령실 '대신' 민주당과 소모적인 정쟁을 하는 데 부담스러운 기색도 읽힌다. 한 중진의원은 "핫 마이크 논란에 대해 진의를 설명하며 유감을 표현하면, 여론의 화살이 외교성과까지 부정하는 민주당을 향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반성을 하면서 상대를 지적해야 하는데,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으니 막무가내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박진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때 "(반대하는 문구가 담긴)피켓을 들고 권태스러워 하는 표정을 봤냐"고 묻는 한 초선의원은 "명분 없이 단합시키고 대동단결 외치면 그게 뭉쳐지겠나. 강경파만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착잡해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본관 계단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가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해임안 처리를 마친 뒤 계단을 지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의원들이 29일 오후 국회 본관 계단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안에 항의하는 피켓 시위를 가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해임안 처리를 마친 뒤 계단을 지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대통령실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출구전략을 고민할 공간도 만들기 어려운 처지다. 강 대 강 여야 대치만 예상하며 그저 열심히 맞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친윤그룹에 속하는 한 의원은 "출구전략 같은 건 생각하면 안된다. 지금은 싸울 때"라고 말했다. 이미 유감이나 사과 표명을 위한 기회는 놓쳤다고 보는 한 재선 의원은 "지지율이 계속 떨어져도 외교순방을 이슈로 한 지금 전장에서는 반등 재료가 딱히 없다"며 "'이슈가 이슈를 덮는' 상황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국민의힘과 딱히 변별력을 보이지 않는 민주당의 행보다. 민주당도 질세라 맞불을 놓으며 국회 정쟁의 당사자로 참전하는 상황이다 보니 "양쪽 당 모두 지도부들 말고는 다들 '말도 안 되는 짓을 한다'고 생각한다(초선 비례의원)", "야당도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으로 맞서는 등 스스로 불리한 길을 파고 있다(영남권 초선 의원)"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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