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022 정동야행' 행사장에 마련된 '정동환복소'에서 조선말 근대 의상과 함께 일제 천황·헌병 제복을 대여해줘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서울시가 정동 일대에서 주최한 '2022 정동야행' 행사 기간 중 일제시대 천황과 헌병, 순사 의상을 대여해주는 의복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23일과 24일 양일간 △테마별 가이드와 투어를 즐길 수 있는 '정동스토리야행' △영국 대사관 등 '특별 개방 및 체험행사' △덕수궁 석조전·돈의문 박물관 마을·경교장 '도슨트 투어' 등으로 구성된 '2022 정동야행'이 개최됐다.
논란은 전날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지금 정동에 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 순사 옷을 개화기 복장이라고 빌려준다"고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2022 정동야행' 행사장 한 쪽에서는 개화기 복식과 한복을 유료로 빌려 주고 정동을 돌아보게 하는 '정동환복소'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옛 남여 교복이나 남성복, 경성 여성드레스, 고종황제 의상, 대한제국군 의상, 근전시대 남자한복 등 개화기 의상 등을 빌려주는데 더 나아가 일제제시대 천왕과 헌병 제복까지 전시해 2만원에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동의 르네상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정동이 과거와 미래를 잇는 대한민국 문화 중심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서울시가 코로나19 이후 중단 된 지 3년 만에 다시 개최했다. 특히 정동에는 조선시대 별궁이었으나 임진왜란 이후 불에 탄 경복궁을 대신해 조선의 정궁이자 대한제국 시절 황궁으로서의 역할을 한 덕수궁이 위치해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큰 곳이다.
누리꾼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런 기획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가 서린 곳에서 일왕이나 제국 헌병대 의상을 입고 심지어 돈까지 받아가며 돌아다니고 사진도 찍으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를 진행하는 대행업체가 제출한 목록에 없었던 의상들을 배치한 것 같다"며 "승인 받지 않은 의상을 무단으로 유료 대여한 만큼 해당 업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덕수궁을 중심으로 한국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야간 문화행사인 '정동야행'은 상반기와 하반기 매년 두 차례 열리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개최됐다. 특히나 경복궁 야간개장과 함께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인기 행사로 즐길거리만 앞세워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에는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재개장을 기념해 광화문광장 동편 세종문화회관 버스정류장 기둥 벽에 '조선총독부' 등이 포함된 그림을 전시해 논란이 일자 철거한 바 있다.
또, 문화재청이 임시관리하는 청와대에서 촬영한 패션잡지 한복테마 화보에 한복과 상관 없는 일본 대표 디자이너 작품이 포함되는가 하면, 경복궁에서 명품 브랜드 패션쇼를 허가해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취소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