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우크라이나가 전쟁 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러시아의 요구에 잠정 합의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합의안을 거부하고 침공을 감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지도부와 가까운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출신 러시아의 특사인 드미트리 코자크는 협상이 타결되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이유가 사라진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말했다.
처음에는 협상안을 지지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결국 코자크 특사의 협상안이 충분한 양보를 받아내지 못했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합병하도록 목표를 확대했다. 따라서 합의는 무산됐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사실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서 "그런 일은 없었다. 완전히 잘못된 정보"라고 해명했다. 코자크 특사도 크렘린궁을 통한 입장 표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러시아가 침공을 준비하기 위한 연막으로 협상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정 합의안이 있었는지 또 협상의 요지가 무엇이었는지 등은 확인해주지 않았다. 다만 "현재 러시아 측이 평화적 해결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다는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또 3명의 소식통 중 2명은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에도 합의안에 서명할 촉구 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핵심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보고, 코자크 특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합의안에 서명할 것을 추천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2월 24일 이후 코자크 특사는 협상에 대한 전권을 갖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내 권한을 뺏겼고, 모든 것이 취소됐다. 푸틴 대통령은 그저 기존 계획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코자크 특사가 푸틴 대통령에게 합의를 제안했지만, 침공 직전 푸틴 대통령이 거절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하르키우주 이지움에서 우크라이나 군인이 러시아 전쟁 상징 'Z'라고 적힌 장갑차 위에 앉아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코자크 특사는 푸틴 대통령이 1990년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장 시절부터 함께 일한 충직한 보좌관이다.
그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름반도를 합병한 이후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놓고 2020년부터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담당했다. 따라서 평화 협상을 위한 적임자라는 평가다.
또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3일 전 군사‧안보 분야 최측근을 모아 안보회의를 열었을 때 참석자 중 1명이다.
다만 복수의 소식통은 코자크 특사가 현재 크렘린궁 부실장 직책이지만,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업무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