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가 지하주차장을 수색하고 있다. 김대기 기자1. 비극의 지하 주차장…6명 심정지, 2명 극적 구조
기적이 일어난건 사고 발생 14시간여 만입니다. 어제 오전 6시 30분쯤 인근 하천 범람 우려에 차량을 이동시키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던 주민들은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됐습니다. 3 물은 지하주차장을 가득 메웠고 주민들은 실종됐습니다. 당국이 구조에 나섰지만 사건 발생 10시간이 넘어서면서 실종자가 생존했을 거라는 희망은 점점 멀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던중 어제 저녁 8시 15분쯤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은 39살 주 모씨의 모습이 보이자 환호와 기쁨의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이어 저녁 9시 41분쯤에는 52살 여성 김모씨도 의식이 있는 채 발견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지하주차장 천장에 형성된 에어포켓을 통해 숨을 쉬며, 천장 오수 파이프에 의지해 각각 14시간과 15시간을 버텼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이후 50대 여성과 20대 남성, 신원 미상의 남성 등 6명은 숨을 거둔채 구조대에 발견됐습니다. 실종자 명단에 없던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소방당국은 추가 실종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아파트 지하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2. 이번에도 지하 주차장 참변…피해 반복 왜?
한 건물의 지하주차장에 물이 가득 차 있다. 황진환 기자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경북 포항 인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빼러 갔던 6명이 숨졌습니다. 앞서 포항시 남구 오천읍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60대 여성이 실종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호우 상황에서 지하주차장이 급속 침수되며 발생한 인명 피해는 지난달 수도권 집중호우 때도 있었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빌딩 지하주차장에서 40대 남성이 실종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서초구 반포자이, 송파구 잠실엘스 등 대형 아파트 주차장도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침수됐습니다. 전문가들은 폭우 때 도심 지하주차장은 거대한 하수구가 될 수 있다면서 침수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합니다. 밖에선 들어오는 물과 주차된 차량 사이로 흐르던 물이 만나 소용돌이와 함께 물살이 빨라져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겁니다.
침수 방지시설과 배수 설비 설치와 관련한 지침이 미비한 것도 지하주차장의 인명 피해를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행정안전부는 지하건축물에 배수 펌프 등 침수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침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만 적용되고, 배수 용량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서울 서초구와 광진구 등에선 지하층이 있는 건물에 차수판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벌칙 규정이 없어 사실상 권고 수준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3. "힌남노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태풍"
NASA 위성이 포착한 태풍 힌남노. NASA 제공태풍 힌남노가 태풍으로 발달한 지점은 일본 도쿄 남동쪽 1280킬로미터 해상, 북위 26.9도로 슈퍼태풍은 북위 25도 아래서 발생한다는 통념을 깼습니다. 게다가 보통 태풍은 이동하면서 세력이 약화되는데 힌남노는 이동하던 도중 또 다른 태풍의 씨앗, 열대저압부까지 흡수해 몸집을 더 키웠습니다. 또 대만에 정체해있다 한반도로 북상하면서 추가로 힘이 강해지는 예측불허의 발달 경로를 보여줬습니다. 기상청 조차 "이런 태풍은 처음"이라는 말을 남겼는데요. 속도도 빨라 어제 오전 4시 50분 경남 거제에 상륙해 경남 동부권을 지나 7시 10분쯤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가기까지 한반도에 머문 시간은 2시간 20분이었는데요. 하지만 힌남노가 남긴 상처는 작지 않았습니다. 포항에 일년 강우량의 30%를 단 몇 시간 만에 쏟아 부으며 인명 사고를 포함한 많은 피해를 남겼는데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강타한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일대. 정혜린 수습기자
오늘 오전 7시 현재까지 사망 9명, 실종 1명, 부상 3명 등의 인명피해가 집계된 가운데 지금까지 2명이 구조되고 6명의 사망자가 나온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선 추가 실종자 수색작업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인근 다른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60대 여성이 사망했고, 포항의 또다른 70대 여성은 가족과 함께 대피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지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습니다. 경주에선 80대 여성이 집안으로 밀려든 토사에 매몰돼 사망했고 울산에서는 20대 남성이 울주군 남천교 아래 하천에 빠져 실종된 상탭니다. 어젯밤 11시까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집계에 따르면 주택 등 1만2천여건의 시설 침수와 함께 도로 교량 등 공공시설 피해 426건, 농작물 피해도 3815헥타르에 달했습니다. 이재민은 8세대 13명이 발생했고 일시 대피자는 4700명이 넘었습니다.
4.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알박고 버텼더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어제 오후 임시총회를 열고 사랑제일교회 합의금 500억원 지급안을 가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버티기에 나섰던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결국 500억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게 된건데, 지난 2년간 무소불위의 태도를 보였던 교회가 사실상 승리하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당초 교회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감정평가액은 82억원이었습니다. 조합 측은 여기에 신축교회건설비, 대토보상를 포함해 모두 250억원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려고 했지만 교회는 이를 거절했습니다. 결국 갈등은 법적공방으로 이어졌고, 1,2,3심 모두 교회를 비우라며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여섯 차례에 걸친 강제집행에 신도 등이 온몸으로 맞서면서 부지 확보에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이로 인해 82억원을 받고 떠나야 했을 교회는 법원의 보상금 조정안 150억원, 조합이 제시한 보상금 250억원에 이어 당초 요구한 500억원을 모두 받게 됐습니다. 대출 이자 등의 부담을 떠 안았던 조합은 보상금보다 피해금액이 클 것이라는 판단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 이재명 불출석, 김건희 특검법 카드로 맞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어제로 예정됐던 검찰 출석 통보에 결국 응하지 않았습니다. 어제 오전까지 출석을 놓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서면 답변으로 대체했습니다. 민주당은 애초 검찰이 소환을 통보한 명분이 '서면조사에 불응했기 때문'인데 이제 서면 답변을 보냈기 때문에 출석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꼬투리잡기식 정치 탄압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기상 공교롭게 어제, 검찰은 경기도청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였던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이 대표가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에 관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입니다.
이 대표에 대한 수사압박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 조작 의혹 등을 규명하자며 특검법 발의에 속도를 내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이르면 오늘 소속 의원 전원 명의 형식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민의힘은 당장 특검법에 대해서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반발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밥상 머리 민심을 잡기 위한,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 클로징 코멘트 by KDK ■
오늘(7일)은 종일 파란 가을 하늘이 함께 하겠습니다. 비나 강풍의 영향은 없겠는데요. 다만 해안가는 조금 더 안전사고에 주의하셔야합니다. 오전까지 너울이 밀려오면서 물결이 높게 일겠는데요. 해안가 접근은 자세하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