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미국의 '담대한 구상'은 없나…잊혀진 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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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오바마 '담대한 희망' 외쳤지만 '전략적 인내'로 북핵 방치
바이든은 '조건 없는 대화' 내걸었지만 사실상 오바마 답습
북한 뿐 아니라 미국도 설득하지 않으면 北 도발 재현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제안인 '담대한 구상'을 북한이 매몰차게 걷어참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안해졌다. 정부는 북한의 이런 반응을 충분히 예상했다면서도 못내 아쉽다는 반응이다.

최근에 만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로드맵은 기존의 어떤 것들과도 다르다. 매우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내놓은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북한이 대화에 나오면 보여줄 것이 더 많다"고도 했다.

아닌 게 아니라 담대한 구상은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을 협상의 입구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꽤 전향적이다. 북한이 협상에 임하는 것만으로도 보상책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로써 협상 환경을 안정화시킨 뒤 추후 제시할 로드맵을 통해 포괄적 합의를 시도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미국이 과연 이런 구상을 전적으로 지지할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미국의 동의를 구했다고 하지만 실제 기류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북한 외화벌이의 핵심인 광물 등 자원 수출길을 미국이 그리 쉽게 열어줄리 없다는 회의론이 강한 것이다.

만약 이런 조건이 진즉에 적용됐다면 북핵협상은 이미 2019년 하노이에서 대타결을 이뤘을지 모른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당시 북한의 요구는 영변 핵시설을 폐기할 테니 유엔제재 5건 중 민수 분야라도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협상에 복귀하면 자원 수출을 허용하겠다는 판에 그 정도는 못 들어줄 바가 아니었다.

이는 결국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든다.

트럼프 행정부 때 북미대화가 전례 없이 진전됐던 것은 비록 담대함과 거리는 멀지만 파격의 리더십 정도는 있었기 때문이다.

하노이에서 미국에 속았다고 생각한 북한은 다시 문을 걸어 잠갔고, 미국은 미국대로 북한에 책임을 전가하며 그나마 남은 관심마저 끊어버렸다.

대북정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바이든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는 시간이 갈수록 오바마 시절의 '전략적 인내'의 시즌2라는 인상이 짙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담대한 희망'과 '핵무기 없는 세계'를 얘기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었지만 정작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는 관심이 낮았다. 결과적으로 북한 핵개발을 방치한 책임이 있지만 미국은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안팎으로 사정이 복잡한 미국이 한반도로 눈길을 돌릴 여력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지금의 미국으로선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지거나 그렇다고 완화되는 것도 아닌 적당한 현상유지를 선호할 것이다.

이는 한국의 궁극적인 국익과 갈라지는 지점이다. 이미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철회를 언급한 북한이 7차 핵실험 등을 시도한다면 예측불허의 긴장 국면이 조성될 수밖에 없다.

그 직접 피해자가 한국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남북한 각각의 고도화된 군사 능력과 신뢰의 붕괴 등을 감안할 때 그 참상은 예전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남측 제안을 일축한 가운데 미국이 여전히 남의 일처럼 방관한다면 북한으로선 대형 도발을 통한 현상변경을 시도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담대한 구상이 정말 이름값을 하려면 북한 뿐 아니라 미국까지 설득, 추동하는 어쩌면 더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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