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원내대표실로 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정지 이후, 권성동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의 거취와 새로운 비대위 구성, 최고위원회의 복원 등 수습 방식을 두고 격론을 벌였던 국민의힘이 결국 권성동 대행 체제 속 새 비대위 구성으로 가는 길을 택했다.
혼란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권 대행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소속 의원들이 뜻을 모은 것인데, 새 비대위 또한 법원에 의해 좌초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불확실성의 늪으로 스스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30일 의원총회를 통해 새 비대위 구성을 위한 당헌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권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의 직을 유지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사퇴 요구를 받았던 권성동 원내대표의 경우, 의원총회에서 '박수 추인'을 통해 비대위 출범까지 직을 유지하도록 했다. 최고위는 해산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되돌아갈 수 없고, 비대위원장 직무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빠르게 정리하려면 불가피하게 권 대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의원들 대다수가 공감한 결과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의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헌·당규상 당대표는 현재 비대위원장 직무대행인데, 새로운 원내대표는 주호영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돼 있어 비대위에 들어갈 수 없다"며 "그러면 새 원내대표는 당헌당규를 고쳐달라고 전국위에 상정할 자격도, 새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자격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당헌 개정안에는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기 위한 조건을 구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의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의 기능이 상실되고, 비대위 전환이 가능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비대위원장의 지위와 권한은 당대표에, 비대위원의 권한과 지위는 최고위원에 준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의힘은 개정안에 대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 추석 연휴 전에 비대위를 출범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전히 권 대행의 책임론과 법원 결정 취지에 따른 최고위 복원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법치주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욕보이는 일(다선의원)", "민심에 역행하는 결정(중진의원)"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새 비대위를 향한 외길 수순에 접어든 것이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한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과 직무정지 상태인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하지만 새 비대위는 첫발부터 난관에 봉착한 상태다. 당헌 개정을 위한 절차인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부터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임전국위를 소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계속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악의 경우 비대위가 발을 떼기는커녕 당내 혼란상만 심화될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또다시 법원에 의해 좌초될 수도 있다. 조해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준석 대표의 지위를 지켜주려는 입장인 법원은 추후 새 비대위를 대상으로 한 이 대표측 소송에서 '민주적 정당성' 등의 논리로 또다시 그 쪽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만의 하나 또 한번 소송에서 지게 되면 당은 만신창이가 된다"고 우려했다. 안철수 의원도 의총 이후 "만약 새 비대위가 출범하더라도 다시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수습하기 더 어려워진다"며 "새 비대위를 만드는 것 자체는 법원에 운명 맡기는 것이므로 굉장히 불확실하고 위험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