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성기 기자#1. 30대 직장인인 A씨는 현재 경기도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다. 아버지의 잦은 음주와 폭행으로 부모님은 오래전에 이혼했지만 아버지는 툭하면 술에 취해 전화로 언어폭력을 일삼았다.
재작년에는 아버지가 아들의 주민등록 초본을 발급받아 집 주소를 확인하고는 가끔씩 술을 마시고 찾아와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질러 이웃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A씨 모자는 결국 최근에 아버지가 모르는 다른 곳으로 이사했지만 그가 또 등초본을 확인하고 찾아올까 불안해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A씨 같은 가족폭력 피해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등·초본 교부제한 신청 요건을 완화한 주민등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31일 공포돼 즉각 시행된다고 30일 밝혔다.
병원 진단서·경찰관서 발급서류 등 추가자료 제출 부담 경감
스마트이미지 제공새 시행규칙은 가족폭력 피해자 등이 자신들의 주소지가 알려지지 않도록 보다 쉽게 등·초본 교부제한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사실확인서나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입소확인서를 교부 제한 신청을 하기 위한 증거서류로 제출하면 의료기관이 발급한 진단서 또는 경찰관서에서 발급한 가정폭력 피해 사실 소명서류를 추가 제출하지 않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사실확인서나 보호시설 입소확인서를 제출하였을 경우에도 병원 진단서나 경찰관서에 발급한 서류를 추가적으로 제출해야 했다.
이에 따라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보호조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울러 성폭력피해상담소 뿐만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에게 종합적 지원을 제공하는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해바라기센터)'의 상담사실확인서도 등초본 교부제한 신청 증거서류에 포함될 수 있도록 증거인정 범위를 넓혔다.
학대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보호사실 확인서 등을 증거서류로 추가
연합뉴스가정폭력에 특히 취약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증거서류도 확대된다.
행안부에 따르면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받는 학대피해아동의 주소지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자치단체장이 발급하는 '피해아동 보호사실 확인서'가 증거서류로 인정된다.
또 '아동보호심판규칙' 상 임시조치·보호처분·피해아동보호명령·임시보호명령결정서도 증거서류로 추가된다.
이와 함께 법원의 판결이나 경찰의 수사에 근거해서도 교부 제한을 신청할 수 있는 규정 또한 마련됐다.
재판을 통해 가정폭력 사실을 확인받은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가정폭력 사안임이 판결문상 명시적으로 드러난 확정된 법원의 판결문과 수사결과 통지서가 증거서류로 새로이 인정되는 것이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가정폭력피해자가 어디서든 안심하고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주민등록법 시행규칙을 정비했다"며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주민등록제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