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합훈련이 시작된 2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의 한 육군 기갑 훈련장 인근 도로에서 육군 K1A2 전차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군이 나라 지키는 데 사용하는 국방예산이 오는 2023년에는 57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병장 월급은 내년부터 100만원으로 오를 예정이며 단기복무장려금도 50% 오른다.
단 무기를 도입하는 데 쓰는 방위력개선비는 2.0%만 올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됐다. 특히 올해 기본설계가 진행될 예정이었던 해군 경항공모함 예산은 2023년에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국방부는 2023년 국방예산을 2022년 본예산(54조 6112억원)보다 4.6% 증가한 57조 1269억원으로 편성해 오는 9월 2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물론 최종적으로는 국회 심의를 거쳐야 확정된다.
그러면서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고강도 건전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국방 분야에 재원을 중점 배분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총지출 증가율은 8.9%에서 5.2%로 감축됐는데, 국방예산 증가율은 3.4%에서 4.6%가 됐다는 설명이다.
내년 병장 봉급 100만원, 개인전투장비 개선보급 추진
2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롯데몰 은평점에서 열린 2022 을지연습 훈련에서 육군 56사단 군 장병들이 수색-경계 작전을 펼치기 위해 이동 전 훈련 지령을 공유하고 있다. 연합뉴스군사력 운영을 위한 전력운영비는 5.8% 올라 40조 1089억원이 편성됐다. 가장 먼저, 병 봉급이 대폭 올랐다. 정부는 병 봉급과 자산형성프로그램을 결합해 2025년까지 병장 기준 205만원(봉급 105만원+내일준비지원금 55만원)으로 봉급을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23년 병장은 100만원, 상병은 80만원, 일병인 68만원, 이병은 60만원을 매달 받게 된다. 이밖에 매달 최대 40만원을 납부하면 정부가 이자 등을 보태 목돈을 마련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내일준비지원금에 대한 정부 지원비율도 33%에서 71%로 2배 이상 올랐다.
병 봉급 인상에 따라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는 단기복무장교와 부사관의 지원율 하락을 방지하고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겠다면서 지급하는 단기복무장려금도 50% 인상돼 장교는 900만원, 부사관은 750만원을으로 오른다. 단, 간부 지원율 하락은 단순히 돈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도 제기된다.
기본급식비도 올해 1만 1천원에서 1만 3천원으로 인상되며, 장병들이 덮고 자는 침구류도 야전에서 쓰는 모포와 포단 대신 실내용 이불로 교체된다. 해군과 공군은 기지와 함정에서 생활한다는 특성상 원래 이렇게 했었는데, 육군은 훈련이나 작전 중 텐트를 치고 잘 때 쓰는 침구류를 그대로 주둔지에서도 쓰고 있었다. 단 육군은 해공군과 달리 전시에 주둔지를 떠나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모포와 포단을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리 군이 그동안 잘 신경쓰지 않던 개인전투장비도 개선과 함께 보급 확대가 추진된다. 모두 8150억원을 편성해 경량방탄헬멧 2787개와 품질이 개선된 수통 10만 2천개, 방탄복 1200여벌, 전투용 응급처치키트 21만여개 등이 우선적으로 보급된다.
물론 장병들이 전투에서 직접적으로 목숨을 걸어야 하는 장비인 만큼, 철저한 성능 검증과 함께 카피품 등을 걸러내야 한다는 면에서 우려도 제기된다.
경항모 예산 '0원' 방위력개선비는 왜?…"2024년부터 다시 대형 사업 착수"
한편 군사력 건설을 위한 방위력개선비는 2.0%만 올랐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됐다. 군 당국은 "KF-21, 광개토(KDX-Ⅲ) 배치-Ⅱ 등 대형 사업이 종료되고 다음 사업이 2024년부터 들어올 예정으로, 그 사이에 공백이 발생했다"고 해명했지만 의문점이 남는다.
방위력개선비는 17조 179억원이 편성됐다. 국방부는 특히 현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한국형 3축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을 중점 편성해 5조 2549억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한국형 3축 체계란 북한의 미사일 공격 징후가 있을 때 이를 사전에 탐지해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이미 쏜 미사일을 막는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그리고 공격을 받았으니 미사일과 특수부대 등을 동원해 보복하는 대량응징보복체계(KMPR)를 뜻한다.
국방부는 이를 위해 중고도정찰용무인항공기에 1249억원, 패트리엇 미사일 2차 성능개량에 1292억원, 장사정포요격체계 개발에 769억원, 230mm급 다연장로켓에 417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단 해당 체계 특성상 군사기밀 사항이 많다며 그 이상의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 올해 기본설계를 위해 72억원이 편성됐던 경항공모함 예산은 내년에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기본설계 자체도 어떤 업체가 설계를 하게 될지 입찰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 해군의 경항공모함 전투단 기동 예상 모습. 해군 제공
기자들이 이를 따져 묻자 국방부 관계자는 "미래전력으로서 경항모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를 해주실 수 있을 텐데, 수직이착륙전투기 사업 진행 방향이라든지 함재기를 국산으로 개발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가 끝나면 올해 편성돼 있는 (기본설계) 예산과 관련해서 어떻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방향이 설 것 같다"고 말했다.
설명 자체는 그럴듯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경항공모함 사업에 부정적인 기류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많다. 경항모와 같은 대형 사업은 10년에 걸쳐 진행되는 만큼, 당장 사업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연구용역비 등 명목으로 최소한의 예산을 매년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내년 예산이 아예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문재인 정부 시절 (사실상 F-35B를 도입하는) 수직이착륙전투기 사업과 기존의 공군 F-35A를 더 도입하는 F-X 2차 사업을 둘 다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F-X 2차 사업이 먼저 진행되고, 수직이착륙전투기는 소요검증을 거쳐 올 하반기 결론이 날 계획이다.
군 안팎에서는 지금은 아닐지라도 10년 뒤 급변하는 국제질서에 대처하기 위해 전략자산 역할을 할 수 있는 항공모함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데 이번 정부에서 경항모 사업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며 걱정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사업추진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내년에 예산을 집행하지 못할 수도 있어서 반영되지 않았다"며 "경항모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고는 생각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고 설명하긴 했다.
한편,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해 우리가 부담하는 방위비분담금은 그 전년도의 국방비 증가율만큼 인상된다. 만약 2023년 국방예산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2024년에 우리가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4.6% 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