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예산안'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구조도를 설명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건전 재정'을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3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639조 원으로, 올해(본예산 기준)보다 31조 4천억 원 느는 데 그쳤다.
그나마 늘어나는 31조 4천억 원 가운데 22조 5천억 원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지방교부세로 지방정부에 자동으로 배정된다.
결국, 중앙정부가 올해보다 지출을 늘릴 수 있는 돈은 8조 9천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사병 봉급 인상과 만 0세 아동 부모급여 신설, 청년도약계좌 도입 등 윤석열 정부 주요 국정과제 첫해 소요 예산 11조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이에 따라 24조 원 규모의 대대적인 지출 구조조정을 시행해 총 33조 원 수준의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지출 구조조정은 매년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10조 원의 두 배를 훨씬 넘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정부는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재정 지원 일자리 및 창업 사업을 민간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는데, 이와 관련해 노인일자리 감소로 빈곤층 노인 생계가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정부는 단순노무형 공공일자리는 줄지만, 시장·민간형 일자리가 늘어 절대적인 노인일자리 규모에 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10조 두 배 넘는 24조 규모 지출 구조조정
정부는 또, 정책금융 직접 융자를 축소하고 이차 보전 방식을 통해 민간 재원 조달을 확대하고 성과가 부진한 재정 투자 사업은 지원을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공부문이 지출 구조조정 솔선수범을 보인다는 차원에서 장차관급 이상은 급여를 10%를 반납하고 4급 이상은 동결, 5급 이하는 인상률을 1.7%에 묶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역대급 지출 구조조정의 원동력은 코로나19 사태 진정에 따른 방역 소요 대폭 축소와 소상공인 손실보상 등 코로나 한시 지원 종료라는 분석이다.

올해 본예산에만 2조 2천억 원이 책정됐던 소상공인 손실보상은 지난 4월 18일부터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됨에 따라 내년 예산안에서는 항목 자체가 사라졌다.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 프로그램인 '희망대출플러스' 예산은 올해 1조 4천억 원에서 내년에는 5천억 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코로나19 백신 신규 구매 물량이 올해 9천만 회분에서 내년에는 그 1/6 규모인 1500만 회분으로 대폭 감소하면서 예방접종 관련 예산도 올해보다 2조 3천여억 원이나 줄어든다.
이런 가운데 지역화폐 즉, 지역사랑상품권이 사상 최대 규모 지출 구조조정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6053억 원인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이 내년 정부 예산안에는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로 침체된 지역 경기 회복 지원을 위해 2020년부터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율 10% 가운데 4% 정도를 중앙정부 예산으로 뒷받침해 왔다.
기재부 "지방교부세로 지방 재정 중앙보다 좋아"
연합뉴스그러나 내년에는 각 지자체가 중앙정부 지원 없이 자체 예산만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기획재정부 김완섭 예산실장은 "정책 효과 논란은 차치하고 지역사랑상품권 사용과 그 효과는 해당 지역에 한정되는 만큼 온전히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김완섭 실장은 "이제 어느 정도 지역 상권과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지역사랑상품권에 대규모 재원을 투입하기보다는 취약계층 지원 등 긴급한 소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대 제2차관도 "내년 지방교부세가 10조 원을 넘는 등 지방 재정 여건이 중앙정부보다 좋아지는 만큼 지자체가 충분히 자체적으로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못을 박았다.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 대폭 감축은 전임 문재인 정부 임기 말에도 시도된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2022년 예산안에서 2021년 1조 원을 넘었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예산을 2403억 원으로 크게 줄였다.
하지만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강력 반발했고, 결국 6053억 원으로 증액됐다.
2023년 예산안은 감액이 아니라 아예 예산 자체를 없앤 만큼 지역사랑상품권이 내년 예산안 국회 심의 과정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