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아빠는 이번주에 거짓말을 할 예정이다.
"프라이팬에 구워서 스팸처럼 주면 모를거에요."
깜빡 속아서 먹을 아이들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기대도 됐다.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이들이 눈치챌까. 이게 콩으로 만든 고기란 사실을.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박모(47)씨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식물성 정육점'을 찾은 이유다.
지난 26일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식물성 정육점 '더 베러'를 방문한 박모(47)씨가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조혜령 기자"대체육에 관심이 많은데 신세계푸드에서 매장을 열었다는 기사를 보고 지인이랑 와서 한 번 먹었어요. 오늘은 아이들 먹일 햄을 사 가려고요."
팜플릿을 손에 쥐고 매장을 샅샅이 살피며 냉장 제품과 식물성 런천을 따지던 박씨는 대체육 콜드컷 햄인 모르타델라 6개와 더배러 식물성 런천햄 3개를 주문했다.
대체육 돈가스를 직접 구매해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다는 박씨는 "건강에도 대체육이 훨씬 좋고 지구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객해 관련 식품을 찾아서 먹고 있다"고 전했다.
금요일 오후 3시 점심 시간이 지난 시각이지만 식물성 정육 델리 '더 베러'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연령대와 성비도 다양했다. 카페인 줄 알고 들어오는 손님부터 제품을 사려고 일부러 찾아왔다는 손님도 있었다.
대체육을 활용한 더 베러 메뉴. 조혜령 기자 '더 베러'에서는 부드러운 식감의 '볼로냐 콜드컷', 식물성 재료만으로 고기 지방의 고소한 맛을 구현한 '모르타델라 콜드컷', 허브와 스파이스 맛을 살린 '슁켄 콜드컷' 등으로 만든 샌드위치, 샐러드, 파니니, 플레이트를 비롯해 '베러미트' 다짐육을 활용한 칠리 콘카르네 등 대체육 메뉴 20여 종을 즐길 수 있다.
더 베러 매장에 진열돼 있는 대체육 제품들. 신세계푸드 제공 또 대체 달걀 흰자로 만든 쿠키와 케이크, 오트(Oat, 귀리) 음료, 비건 빵, 비건 치즈, 드레싱, 소스 등 식물성 대체식품으로 만든 메뉴와 제품 30여 종도 경험해 볼 수 있다.
대체육을 '체험'해보려 온 손님들은 연신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매장과 제품 사진을 찍는 데 분주했다. 회사원 정모(51)씨는 "회사가 성수동인데 대체육을 한 번 먹어보려 왔다"며 "고혈압이 있는데 건강 때문에 이제 이런 제품들을 먹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대체육은 지구를 위한 제품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건강에도 훨씬 좋다는 게 신세계푸드측의 설명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데블스도어에서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와 모델들이 대두단백, 식이섬유 등 100% 식물성 원료로 동물성 가공육 캔 햄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을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제공 지난달 베러미트 신제품 론칭 행사에 직접 설명자로 나선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이사는 "베러미트는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져 아질산나트륨 뿐 아니라 동물성 지방, 항생제에 대한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님 한 명이 베러미트 40개 플렉스…점점 커지는 비건 시장
'더 베러'는 대체육에 입문하는 손님들에게 신기한 장소지만, 국내 채식주의자들에게는 간절히 기다렸던 '꿈'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더 베러 최미나 직원은 며칠 전 본인을 채식주의자라고 밝힌 한 남성 손님의 '플렉스'를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채식을 하는 남성분이 저희 매장에 오셨는데 매번 직구해서 제품을 사 드셨다고 해요. 국내에도 제품을 살 수 있는 매장이 생겨서 너무 좋다면서 매장에 있는 캔 40개를 전부 사 가셨어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0년 230억원에서 오는 2025년에는 300억원 가까이 커진다고 전망했다.
국내 식품유통업계들의 대체육 사업도 활기를 띄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2월 식물성식품 브랜드인 '플랜테이블'로 비건 시장에 진출했다. 오는 2025년까지 2천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농심도 비건 식품 브랜드인 '베지가든'을 출시했으며, 지난 5월엔 '포리스트 키친'을 오픈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연 포리스트 키친은 지난달 누적 방문객 2천명을 넘어섰다.
농심 베지가든 불고기 볶음밥 2종. 농심 제공 두부를 앞세워 식물성 식품 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풀무원 역시 비건레스토랑 '플랜튜드'를 운영중이다. 식품기업중 처음으로 비건 레스토랑을 선보인 풀무원은 문을 연 지 두 달만에 메뉴 2만개 판매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신세계푸드 역시 커지고 있는 비건 시장에 대안 식품 시장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신세계푸드의 급식, 외식 등 각 사업에도 '베러미트'의 활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베러미트' 샌드위치, 샐러드 등 메뉴 개발 중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뉴는 SK텔레콤, SK하이닉스, 서울시 등 ESG 실천 의지가 높은 단체와 펼치고 있는 대체육 급식 캠페인 '베러데이(Better Day)'를 비롯해 '노브랜드 버거' 등 자사의 외식 브랜드에서 하반기부터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회적 가치에 공감하는 F&B 및 유통업체와 손잡고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캔 햄의 판매를 확대하고, 소비자 캠페인 '베러 라이프 소사이어티(Better Life Society)'를 펼치며 국내외 대체육 시장을 키워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