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영화톡]SF 호러 서부극 '놉' 어디까지 해석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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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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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놉'(감독 조던 필) <상>
조던 필의 또 다른 세계 '놉' 해석의 시간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한국명 '조동필'. 미국이 낳고 한국이 길렀다고 하는 조던 필 감독이 '겟 아웃' '어스'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러 왔다. 늘 짧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제목을 가져왔던 감독의 신작 제목은 '놉'(Nope)이다. 과연 그가 세상을 향해 '놉'이라고 외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놉'이 왔다! 필(Peele)이 왔다!

 
최영주 기자(이하 최) : 이번 영화톡 영화는 미국이 낳고 한국이 기른 일명 '조동필'로도 불리는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이다. '무한한 우주, 저 너머로'라는 버즈 라이트이어의 대사처럼, '무한한 조동필 월드, 저 너머로'라는 생각이 든 영화였다. 저 넓은 하늘이란 무대로 확장된 조던 필의 세계는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어떤 생각이 들었을지 궁금하다.
 
유원정 기자(이하 유) : 'SF와 호러가 만나면?'이란 장르적 상상력을 조던 필답게 풀어냈다. 여기에 B급 코미디 정서를 살짝 첨가한! '겟아웃' '어스'보다는 가벼운 톤이지만 광활한 서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호러 무비로는 손색이 없다.
 
최 : 동의한다. 서부극의 형식에 SF를 가미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무대도 할리우드다! 조던 필 감독의 영화는 모두 '호러'에 바탕을 두고 있다. '놉'의 호러적인 요소는 어땠을지도 이야기를 듣고 싶다.
 
유 : 원래 조던 필 감독이 호러를 풀어내는 방식이 비주얼 측면에서 과격하지 않다. 인간 내면의 공포, 불쾌감을 원초적으로 자극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할까. 호러 장르를 기피하는 내가 볼 수 있을 정도로 스릴러에 가깝다. 다만 다 보고 나면 어딘가 섬뜩한 감각이 남는다. 기괴하면서도 강렬한 허구적 미장센에 조던 필 감독이 던지는 현실적 메시지가 합쳐져 그런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최 : 맞다. 코미디언 출신인 감독은 호러지만 정말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호러로는 그려내지 않는다. '겟 아웃' '어스' 때도 그랬지만 곳곳에 코믹한 요소들을 넣어 중간중간 분위기를 환기하고, 관객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방식의 호러라기보다는, 말한 대로 스릴러로 펼쳐낸 호러에 블랙코미디가 섞인 장르다.
 
그리고 미장센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특유의 톡톡 튀는 색감이 있다. '어스'에서도 빨간색 옷, 이번에는 알록달록 색감의 스카이 댄서(전동 선풍기에 연결되어 가동하는 긴 직물의 튜브로 만든 광고 상품)가 인상적이었다.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놉' 속 조던 필이 새긴 각인

 
최 : 조던 필 감독의 영화는 해석하는 재미도 있는 영화다. 이번에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이다. '놉'은 어떤 식으로 해석해 봤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유 : '놉'은 한 편의 SF 서부극이 완성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다만 여기에는 화려한 스타와 멋진 말, 총싸움 대신 허름한 테마파크와 쇠퇴해 가는 말 목장, 이상한 외계 생명체가 등장한다. 흑인 등 소수자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봐왔던 조던 필 감독은 이번에도 할리우드 영화산업 내 비(非)백인·비주류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주변인'에 불과했던 그들은 '그것'의 공포와 맞닥뜨리며 오히려 할리우드의 중심으로 나아가게 된다. 어쩌면 모든 게 '진짜가 아닌', 화려한 CG가 난무하는 쇼비즈니스 업계를 벗어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이들의 영화가 SF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SF 다큐멘터리이고, 영화의 주인공인 '그것'도 최신 카메라 장비 대신 수동 촬영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동시에 이러한 작업은 다분히 인간적인 '탐욕의 시선'이기도 하다.

특히 인간을 죽인 '그것'과 침팬지 '고디'는 야생의 본능을, 할리우드 목장 크루들과 시트콤 '고디의 집' 촬영 현장의 사람들은 그러한 야생을 두려워하면서도 길들이고, 끝내 상업적으로 착취, 이용하는 인간의 탐욕을 대표한다. '그것'과 '고디' 모두 '금기'를 어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있었다. 인간의 오만함과 독단은 종종 자신과 다른 존재를 입맛대로 길들이려 한다. 영화는 그런 존재가 가진 질서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경고를 전하는 것 같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놉'은 야생의 본능과 인간의 탐욕이 충돌할 때, 얼마나 파괴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 지 보여준다.

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최 : 영화에서 이야기되는 과거 영화산업과 관련된 일화가 크게 두 가지가 나온다. 하나는 에드워드 마이브리지가 찍은 최초의 영화라고 불리는 사진 속 흑인 기수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하나는 시트콤 '고디의 집' 피해자인 리키 주프 박(스티븐 연)의 이야기다. 흑인 기수와 고디, 리키 주프 박 모두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폐해를 보여준다. 관객들에게 보이는 것 뒤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 산업을 위해 사용되고 버려지고 잊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것'의 존재를 통해 보이는 것, 특히 스펙터클한 요소를 지니는 것을 찍기 위한 인간의 욕망과 그것을 보려는 인간의 욕망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돈을 벌기 위해, 돈에 얽매여 찍을 수 없었던 자연스러운 것을 찍기 위해, 더 큰 비즈니스를 위해 '그것'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 '그것'이 생명체를 잡아먹는 스펙터클한 순간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은 현대 할리우드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혹시 '놉'에서 '겟 아웃'과 '어스'의 향기를 느낀 게 있나? 곳곳에 전작들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요소들이 등장한다. '어스'에도 나왔던 "한 손가락으로 다른 사람을 지적하면 나머지 세 손가락은 자신을 향하는 거야"라는 대사라든지 전작의 세계관을 이어가려는 모습이 나왔다. 그리고 톡톡 튀는 특유의 미장센과 블랙코미디, 그리고 많은 함의를 지닌 장면 등이 역시 조던 필이구나 싶었다.
 
유 : '나쁜 기적이라는 것도 있을까'라는 카피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어스 포스터 카피처럼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침팬지 '고디'와 '그것'의 사건은 마치 거울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다. 여기에서 생존한 기적이 '나쁘게' 될 수 있다는 선례는 '그것'을 길들일 수 있다고 자신하다 끝내 먹이가 되는 리키 주프 박 캐릭터가 보여준다.

갈등 구도에서 본다면 인간 대 인간에서 탈피해 인간 대 미지의 외계 생명체로 그 대상이 달라졌다. 그러나 영화의 서사 전개와 인물 및 공간 활용의 측면은 유사했다. 특정 공간을 설정해 일상 안에서 주인공들이 기묘한 체험을 하고 그것이 과거의 어떤 사건이나 기억과 뒤섞여 점점 실질적 위협이나 공포로 구체화되는 구성을 그대로 가져간다. 또 '겟 아웃' '어스'처럼 각 장면과 요소가 지닌 상징성이 강하다.
 
조던 필 감독은 매번 다른 주제이지만 흑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뚜렷하게 담아냈다. 이번에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 소외된 흑인들을 넘어 비백인들까지 그 대상을 확장했고, 여기에 더해 화려한 쇼비즈니스 업계 이면의 그늘, 인간의 위험한 탐욕, 어느 순간부터 블록버스터가 주류가 된 영화의 원점과 본질 등 메시지를 녹여냈다.

외화 '놉' 캐릭터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놉' 캐릭터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말해 뭐해, 배우들의 연기

 
최 : 흑인에 관한 이야기를 했으니 말인데, '놉'에는 조던 필 감독이 사랑하는 다니엘 칼루야를 비롯해 케케 파머, 그리고 '미나리'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스티븐 연 등이 나왔다. 그들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사실 '놉'은 OJ(다니엘 칼루야)와 에메랄드(케케 파머)라는 남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초반에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어쩐지 어색한 사이였는데, '그것'의 존재를 통해 접점을 찾은 후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것'이라는 스펙터클로 우리의 시선이 집중됐을 때, 사실 그 중심에 서서 또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두 사람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두 사람이 균형을 잘 맞췄다.
 
유 : 역시 그들의 조합이 흥미로웠다. 다니엘 칼루야와 케케 파머의 남매 조합이 유쾌했다. 특히 에메랄드 역의 케케 파머가 침울한 사건들의 연속인 영화의 명암을 절묘하게 조절했다. 가업을 지키고자 하는 OJ는 다소 따분하고 과묵한 캐릭터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OJ의 투박한 몸짓이나 행동이 위기 상황 속에서 별다른 대사 없이 묵직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리키 주프 박 역의 스티븐 연 역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인기 아역배우에서 인기 없는 주피터 파크 사장까지, 쇠퇴한 왕년의 스타로 극의 전환점이 되는 사건들을 이끌었다. 조던 필 감독 영화답게 배우들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다들 감정 임팩트가 강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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