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이 전 대표 지지 당원들의 모임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 소속 1천500여 명이 비슷한 취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도 같은 시각, 같은 법정에서 함께 심문이 진행됐다.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당과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낸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에 출석했다. 직접 출석한 이 전 대표는 "삼권분립의 위기"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했다.
17일 오후 2시 45분쯤 회색 정장에 흰색 셔츠,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표는 "절차적으로 잘못된 부분과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된 부분에 대해 재판장께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법원이 기각할 경우 향후 대응에 대해 묻자 이 전 대표는 "기각이나 인용에 대한 선제적 판단에 따른 고민은 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날 오전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관련된 질문에는 "당내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다보니 대통령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불경스럽게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앞선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와 관련한 질문에 "민생 안전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께서 어떤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다"고 말한 것을 재인용 형식으로 받아친 격이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심문에서 이 전 대표 측과 국민의힘 측은 당이 비상상황이었는지를 두고 팽팽히 맞섰다.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에 따르면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재판장에서 채무자인 주호영 비대위원장 측 변호인은 비대위 설치에 정당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원권 정지로 당 대표가 임기 중 6개월간 대표를 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에 궐위된 것과 준하는 상황"이라며 "김재원 최고위원 등이 사퇴를 선언하면서 최고위원들이 상실된 것도 비상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 대표가 징계를 받고 증거인멸교사와 성접대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며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당이 여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질적으로 최고위가 정상 진행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반면 채권자인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비상상황이라고 볼 수 없었다"며 "가처분을 인용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채무자 측은 비상상황에 대해 당 대표 궐위, 최고위원 기능 상실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했는데 (당헌에) '이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말이 없다"며 "당 대표 궐위, 최고위가 실제 상실됐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채권자가 6개월 (당원권) 정지를 받은 것을 궐위라고 하는데,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갈 때 궐위가 아니라 사고라고 했다"며 "지금 궐위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4시쯤 심문을 마치고 퇴장하면서도 윤 대통령을 겨냥한 강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지금 행정부가 입법부를 통제하려는 삼권분립의 위기에 있는 상황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삼권분립이 설계된 원리대로 사법부가 적극적인 개입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당내 사태에 대해 돌격대장을 하셨던 분들이 영전하는 모양새"라며 이른바 '윤핵관'을 겨냥해 비판했다.
이날 심문이 끝난 뒤 남부지법 관계자는 "결정은 오늘 나오지 않을 예정"이라며 "신중히 판단해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