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준위 1차 강령분과 토론회에서 안규백 전국대의원대회 준비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16일 검찰 기소 시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의 당헌 80조 내용을 '금고형 이상의 하급심 유죄 시'로 변경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이재명 당 대표 후보를 위한 '방탄 개정'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준위 전용기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10차 전준위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정한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이다. 또, 80조 3항은 정치탄압 등을 이유로 기소됐을 경우 윤리심판원 의결로 처분을 취소·정지하도록 하는 구제 조항이다.
전준위는 이 직무 정지의 요건을 '기소'에서 '금고형 이상의 하급심 유죄 판결'로 완화했다. 전 대변인은 "1심에서 유죄가 나와도 2심이나 최종심 등 상급심에서 무죄나 금고 이상이 아닌 판결이 나오면 징계 효력을 상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소될 경우 윤리심판원에서 조사를 진행하도록 하는 규정은 유지했다. 1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가 나와 징계를 받더라도 윤리심판원에서 '정치탄압'으로 판단할 경우 최고위원회나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징계를 취소할 수 있도록 구제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박종민 기자
해당 개정이 유력 당권 후보인 이 후보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전 대변인은 "누구 하나를 위해 당헌, 당규를 개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야당 입장에서 다양한 의혹을 정부여당에 제기할 텐데 그 과정에서 정치탄압을 위해 무리한 기소로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소 만으로 당직이 정지되는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다.
일부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당 대표 선거에서 이 후보와 대결 중인 박용진 후보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총회에서) 그동안 얘기를 공론화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유감을 전했다"며 "당헌 80조 개정과 관련된 논의가 정치적인 자충수가 되고 우리 당의 도덕적, 정치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말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남은 것은 비대위에서 현명하게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비대위 논의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박 후보와 함께 공개적으로 반대 발언을 한 의원들은 6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응천 의원도 "다 반대한다고 의견을 밝혔지만 그렇게 결정했다"며 "비대위에서 바로잡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존중해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길게 갈등을 겪는 것보다는 비대위에서 잘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당헌 개정 논의 당시 (이재명 방탄 논란) 프레임을 생각 안했는데 그렇게 돼서 오해 없게 잘 논의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의결된 전준위의 결정 사안은 오는 17일 비대위 의결을 거쳐 당무위, 중앙위 의결을 통해 효력이 발생한다.